[밀물썰물] 포모와 포포

입력 : 2025-11-04 18: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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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미국의 마케팅 전략가이자 당시 하버드대 교수였던 댄 허먼은 소비자들을 조급하게 만드는 마케팅 기법을 개발한다. 홈쇼핑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매진 임박’ ‘마지막 기회’ 같은 용어를 사용한 게 그 기법의 골자였다. 그는 이 같은 메커니즘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심리를 FOMO(Fear Of Missing Out)라 불렀다. 우리말로는 ‘나홀로 손해 염려증’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듯하다.

마케팅 기법 개발에서 나온 심리현상이었던 이 FOMO는 2004년 사회적 질병의 반열에 오른다. 하버드대와 옥스퍼드대 등에서 FOMO를 사회병리 현상으로 지적하는 논문들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곧이어 미국과 영국에서 성인의 과반수가 FOMO 증세를 앓고 있다는 통계까지 나오면서 FOMO는 병적 증상을 일컫는 증후군(syndrom)이 따라붙는 용어가 됐다. FOMO는 소셜미디어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상실과 소외에 대한 불안이 점점 더 확산하자 사회병리적 분위기가 더욱 짙어졌다.

그러던 FOMO가 한국에서는 2020년대 들어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 등의 폭등과 맞물리면서 묻지마 투자의 원흉으로 지목됐다. 다른 사람들의 투자 성공기를 접하면서 나만 투자를 못해 뒤처진 게 아니냐는 낭패감이 커짐에 따라 FOMO는 극대화한다. FOMO를 느끼는 순간 상투를 잡을 위험은 아랑곳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투자에 나서게 된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에 참과 거짓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로 정보가 범람하고 남과 비교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빚어진 비극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는 FOPO를 신조어라며 잔뜩 띄우고 있다. 원래 FOPO(Fear Of People’s Opinions)는 2010년대 심리학자 마이클 거바이스가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서 지나치게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을 뜻한다. 타인의 평가에 신경을 쓰고 불안해 하는 심리상태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국내에선 FOPO가 최고점에 대한 두려움(Fear Of Peak Out)으로 바뀌어 불리고 있다. FOPO가 남의 평가에 대한 두려움에서 최고점에 대한 두려움으로 바뀐 것은 최근 4000을 넘은 코스피 지수 탓이다. 정부는 5000까지 바라본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고 있으나 투자자들은 지금이 이미 최고점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걱정으로 FOPO를 내비친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치솟는 주식 시장을 쳐다보는 서민들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이상윤 논설위원 nuru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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