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경남·전남과 함께 2040년 월드엑스포 유치를 추진한다는 구상이 공개되면서 2023년 유치 실패 경험에 대한 더 철저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23년 11월 부산 해운대구청사 외벽에 걸려있던 엑스포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시가 경남도, 전남도와 함께 2040년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에 나선다는 구상이 돌발적으로 공개되면서 배경과 현실성을 두고 물음표가 붙는다. 시가 2030년 월드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성찰과 공론화 과정 없이 재도전을 공식화했다는 시민단체 비판도 나왔다. 실제로 3개 시도가 공동 유치 도전을 확정하고 국가사업으로 공식 추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6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부산·경남·전남의 2040월드엑스포 공동 유치 추진은 아직 3개 시도의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올라가기도 전인 구상 단계다. 이와 관련해 3개 시도는 다음 주 핵심 관계자가 만나는 첫 실무 회의를 갖기로 하고 날짜를 조율 중이다. 회의에서는 부산시가 제안한 부산·경남 공동 개최 구상과 ‘남해안 섬 연결 해상 국도’ 등 인프라를 토대로 유치 전략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일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지난달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남해안 미래비전포럼’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2040월드엑스포 공동 유치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포럼 안건이나 공식 행사에서는 엑스포 관련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이날 관련 대화는 비공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시장은 박 도지사에게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두 시도가 함께 엑스포를 유치해 보자고 제안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후 박 도지사가 김 도지사에게 전남도 함께하자고 건의하면서 남해안 시도가 함께 해양과 섬을 주제로 엑스포를 개최하자는 구상으로 확장됐고, 이제 막 3개 시도가 첫 실무 협의를 앞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이 드러난 이후 시민사회에서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가 2030월드엑스포 유치 과정과 실패 원인을 복기한 ‘엑스포 백서’조차 공개하지 않은 채 시민 공감대 없이 엑스포 재도전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한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체화되지도 않은 구상을 덜컥 공개한 것에 대해 ‘뜬금없다’는 반응과 더불어, 시도지사들의 정치적인 고려가 앞선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민과함께 부산연대는 지난 4일 논평을 내고 “119 대 29라는 처참한 성적표에 대해 부산 시민에게 제대로 된 반성문도 제출하지 않으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밑거름으로 이번에는 경남과 전남까지 끌어들여서 공동 추진을 한다는 놀라운 발상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다”면서 “박 시장의 ‘메가 이벤트’ 중독은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박재율 지방분권균형발전 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도 “2030년 엑스포 유치 실패가 부산 시민의 자부심에 큰 상처를 남긴 만큼 국가적 역량을 투입해 재도전을 하려면 철저한 반성과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해양 엑스포와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감안해도 지방선거를 코앞에 두고 부산·경남 행정통합 논의조차 충분히 무르익지 않은 시점에서 담론 수준의 구상이 불거져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3개 시도 공동 개최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월드엑스포는 특정 행사장에서 수개월간 참가 국가별 전시관을 건립해 선보이는 박람회로, 행사장을 분산 개최한 전례는 찾기 힘들다. 일단 부산·경남은 행정구역이 맞닿은 가덕신공항 배후도시 일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 경남은 부산에서 전남 여수까지 이어지는 ‘남해안 섬 연결 해상 국도’를 ‘엑스포대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부산시는 재도전을 염원하는 시민 공감대를 확인했고, 재도전 성공 가능성과 행정통합의 시너지를 높이기 위해 부산·경남 공동 유치 방안을 검토해 왔다는 입장이다. 이후 경남도의 제안으로 부산·경남·전남 공동 유치로 확장되고, 박 도지사의 언급으로 예기치 않게 구체화되지 않은 구상이 공개됐다는 설명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2030월드엑스포 유치 실패 과정을 담은 ‘엑스포 백서’를 위해 진행한 시민 여론조사와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엑스포 재도전 찬성률이 60% 이상으로 나온 만큼 부산시는 시민 염원을 반영해 재도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백서는 당초 올해 상반기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탄핵과 조기 대선 여파로 외교부와 산업부의 원고 검토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