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도의원과 군의원들은 11일 고성군의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매각은 단순한 지분 거래가 아닌 지역의 산업 기반, 일자리 그리고 군민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즉각적인 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고성군의회 제공
속보=경남 고성군에 사업장을 둔 SK오션플랜트 매각 추진을 둘러싼 지역 사회 반발(부산일보 11월 6일 자 8면 등 보도)이 거세지자 여야 정치권도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강한 저항에 강경하던 SK그룹도 ‘매각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며 한 발짝 물러섰다.
고성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도의원과 군의원들은 11일 고성군의회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매각은 단순한 지분 거래가 아닌 지역의 산업 기반, 일자리 그리고 군민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기회발전특구 지정 당시 SK오션플랜트가 공언했던 9500억 원 투자와 3600명 고용 약속을 상기하며 “이를 외면한 매각은 배신이자 군민 기만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기업이 약속을 저버린다면 군민의 이름으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며 “매각 철회가 확정될 때까지 행정적, 법적, 정치적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여야 정치권과 군민 대표가 참여하는 ‘여·야·민 범고성 공동대책위원회’ 구성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은10일 기회발전특구가 조성 중인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를 시찰하고 지역 여론 수렴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제공
전날에는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이 기회발전특구가 조성 중인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를 시찰하고 지역 여론 수렴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SK그룹 지주회사와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 그리고 자회사인 SK오션플랜트를 비롯해 산업통상부, 경남도, 고성군 관계자와 범군민대책위원회 대표 등이 배석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으로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다뤘던 허성무 도당위원장은 이날도 주민 우려에 공감하며 매각 반대 주장에 힘을 보탰다.
그는 “SK오션플랜트 매각은 기업 거래를 넘어 지역경제와 고용 안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며 “군민들은 SK라는 대기업은 신뢰하지만, (매수자로 나선) 사모펀드에 대해선 불신을 많이 갖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SK라는 대기업을 믿고 많은 희생을 감수해 온 주민들은 느닷없는 매각 소식에 큰 우려와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면서 “상생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매각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도 “지역발전을 위해 삶의 터전을 내주고 기회발전특구 성공을 위해 적극 협조했는데 갑작스러운 매각 소식에 당황스럽다”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SK 잔류가 꼭 필요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허성무 위원장이 현장 간담회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 제공
이에 대해 SK 측은 모회사인 SK에코플랜트 부채가 12조 원에 달해 매각이 불가피하다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대신, 매각 이후에도 1000억 원을 재투자하고 지분 일부를 유지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성난 민심을 잠재우긴 역부족. 대책위를 중심으로 성토가 이어지자 뒤늦게 매각 추진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SK 이경남 부사장은 “일방적인 결정보다는 주민들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며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매각 협상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민이 많이 반대하고, 회사가 어렵더라도 (SK가) 끝까지 하라고 하면 다른 대안 없이 유지해야죠”라며 사실상 백지화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 발언은 최근 지지부진한 매각 협상과 맞물려 매각 무산설에 힘을 싣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지난달 27일 디오션컨소시엄과의 우선협상대상자 기간을 4주 연장했다고 공시했다. 애초 지난달 마무리될 예정이던 실사와 계약 체결이 지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여기에 1000억 원을 출자하기로 했던 노앤파트너스가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면서 인수 재원 조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 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SK오션플랜트 고성 사업장. 부산일보DB
한편, SK오션플랜트는 SK(주)→SK에코플랜트(63.2%)→SK오션플랜트(37.6%)로 이어지는 SK그룹 손자회사다.
2022년 SK에코플랜트가 옛 삼강앰엔티 지분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 이듬해 SK오션플랜트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시설 인프라 그리고 탄탄한 수주 경쟁력을 갖춘 대표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720여 명을 직고용하는 고성군 내 가장 큰 사업장이다. 협력업체 직원 수도 30여 업체, 2000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 최근 최근 모기업이자 최대 주주인 SK에코플랜트가 사모펀드 운영사와 지분(37.6%)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업 축소와 투자 중단, 고용 불안에 대한 우려가 지역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매각이 계산된 먹튀라는 지적도 나온다.
SK오션플랜트는 앞서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에 1조 153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기지를 건설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여기에 지역민 3600명을 우선 고용한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며 특구 지정까지 받아냈다.
SK오션플랜트가 1조 1530억 원 투입해 조성 중인 동해면 양촌·용정일반산업단지. 경남 제1호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부산일보DB
경남도와 고성군은 이를 믿고 전폭적인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까지 않았다.
송전선로·사설항로·공유수면 인허가를 지원하고 국도 확·포장, 진입도로 개설, 도시공간 수립 등 1672억 원 규모 공공예산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이 혜택은 다 누리고 발을 빼려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역 사회는 매각 저지에 사활을 걸고 있다.
고성에서는 지난달 22일 시민·상공계·기관단체·학계가 연대한 ‘SK오션플랜트 매각 결사반대 범군민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부울경포럼, 지역 상공회의소, 경제인연합회 등 동남권 상공계도 매각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며 반대 여론 형성을 주도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