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3일 부산 연제구 연제고등학교 정문 앞에서 김석준 부산교육감, 주석수 연제구청장 등이 고3 수험생들을 응원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체로 지난해와 비슷한 난이도를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영역별로 중고난도 문항이 고르게 배치되면서 수험생들의 체감한 어려움은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국어, 독서 어렵고 나머지 평이
1교시 국어는 지난해보다 다소 어렵고 올해 9월 모의평가와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특히 독서가 문학과 다른 선택과목보다 난도가 높아 수험생들의 부담이 컸다는 분석이다.
변별력을 확보한 문항으로는 ‘법 해석방법과 보증계약’을 다룬 8번이 대표적이다. 지문에서 설명한 담보·보증 계약의 규칙을 갑·을·병의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로, 각 상황을 법적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나눠 결과를 추론해야 해 난도가 높았다.
‘열팽창 현상과 액추에이터’를 소재로 한 12번도 어려운 문항으로 꼽힌다. 열팽창 관련 개념을 정확히 이해한 뒤 보기 속 조건에 맞춰 비교해야 했으며, 선형 열팽창 계수와 곡률, 최대 이동 거리와 곡률 반지름 등 여러 요소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해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문학 34번은 보기의 기준을 작품 속 시적 상황과 정확히 연결해야 했고, 화법·작문 40번은 두 담화를 연계해 비평문에 반영된 내용을 차근차근 찾아야 했다. 언어와 매체 36번 역시 15세기 국어와 현대 국어의 차이를 문자·소리의 관계에서 비교해야 해 만만치 않았다.
■수학, 21·22번 난도 높아
2교시 수학의 전체 난이도는 지난해와 유사했지만 핵심 개념의 적용과 종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항이 눈에 띄었다. 킬러 문항을 배제한 가운데 상위권 분리를 위한 중고난도 문제가 배치됐다는 분석이다. 공통과목에서는 21번(수학Ⅱ)과 22번(수학Ⅰ)이 가장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21번은 함수의 극한 성질을 이용해 조건에 맞는 함수를 추론하는 유형으로, 분모·분자의 수렴 관계와 극한값을 함께 고려해야 해 상위권 학생에게 변별력이 컸다. 22번은 지수·로그함수의 그래프 특성에 평행이동 개념을 결합해 점의 대칭 이동을 찾는 문제로 계산량이 적지 않았다.
선택과목에서는 확률과 통계·미적분·기하 모두 30번이 까다로운 문항으로 꼽힌다. 확률과 통계 30번은 중복조합을 활용해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유형이었고, 미적분 30번은 역함수의 그래프를 바탕으로 직선과 곡선의 교점 개수를 조건에 맞게 분석해야 했다. 기하 30번은 지름이 주어진 원에서 내적 성질을 이용해 조건을 해석한 뒤 벡터의 내적을 구하는 문제였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EBS 현장교사단)는 “전체 난도가 높아졌다기보다는 상위권과 최상위권을 가르기 위한 문항이 적절히 배치됐다”고 말했다.
■영어·탐구, 올해 모평 기조 유지
3교시 영어는 지난해 수능과 올해 9월 모의평가의 출제 흐름을 유지했다는 분석이다. EBS 연계율은 55.6%로 45문항 중 25문항이 간접 연계됐다. 자기 관리의 우선순위, 공연 예술과 관객의 관계, 의복의 역사 등 연계교재에서 반복 등장한 주제나 친숙한 소재가 많아 부담을 줄였다는 평가다. 다만 정확한 독해력과 종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32·34번 빈칸 추론, 37번 글의 순서, 39번 문장 위치 판단 등은 중상위권 변별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4교시 탐구 영역은 개별 교과 특성을 반영해 사고력 중심 평가가 이루어졌다.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 개념·원리 이해도, 자료·현상 분석 능력, 문제해결력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췄으며 선택 과목 간 유불리를 완화하려는 방향도 유지된 것으로 풀이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가채점 이후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확인해 남은 대입 전략을 신속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백분위와 표준점수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희망 대학·학과의 정시 지원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며 “수시에 지원했다면 수능최저학력기준 충족 여부를 점검하고 논술·면접 등 대학별고사 준비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