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 필승’ 사활 건 여야, 파격 공천룰 내놨다

입력 : 2025-11-17 18: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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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권리당원이 사실상 공천권
1인 1표로 ‘열린 공천 시대’ 결정
국힘, 평가지표에 개인 PT 도입
기초단체장 등 대거 물갈이 예고
가닥 잡힌 공천룰에 정치권 요동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UAE·이집트·튀르키예 등 4개국 순방에 나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UAE·이집트·튀르키예 등 4개국 순방에 나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국하기 전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동시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여야가 17일 공천 ‘룰’ 개정에 착수했다. ‘당원 주권 시대’를 표방하는 더불어민주당은 사실상 권리당원이 후보를 정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 개정을 추진하고, 국민의힘은 현역 광역·기초단체장에 대한 역량 평가를 공천에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당내 공천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에서 지역 정치권 내 파장이 일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힘 있는 인사가 공천권을 좌지우지하던 폐습을 끊고 당원이 전면 참여해 당 후보를 공천하는 열린 공천 시대를 열겠다”며 19~20일 전 당원 투표를 통해 당헌·당규 개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투표 반영 비율을 현행 ‘20 대 1 미만’에서 ‘1인 1표제’로 바꾸고, 각 지역위원회 상무위원회가 결정해 온 기초·광역 비례대표 순번도 권리당원 100%로 선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헌·당규가 개정되면 지방선거 공천에서 현역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 등 대의원들의 영향력이 거의 사라지고, 권리당원이 사실상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이 경우, 권리당원 여론을 주도하는 친여 인플루언서와 일부 강성 지지층이 후보 공천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적잖아 보인다. 또한 당원 수가 적은 영남 지역의 당내 영향력 축소도 우려된다

부산의 지역위원장들 다수는 표면적으로 “당원 주권 시대가 열렸다”며 환영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지역 정치까지 중앙의 대결적 문화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부산의 한 야권 인사는 “강경 인사들이 각광 받고, 상대적으로 온건한 출마자들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라며 “지역 정치의 인재풀을 더 협소하게 만들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선출직 공직자 평가 혁신 태스크포스(TF)도 당 소속 시도지사와 기초단체장을 대상으로 정량 지표, 여론조사, 개인 프레젠테이션(PT)을 토대로 하는 평가를 실시해 공천에 반영하는 방안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다. 당은 조만간 관련 당헌·당규를 개정할 예정이다. TF 위원장인 정점식 의원은 “현직 국회의원은 당무 감사 결과 등이 공천 심사에 반영됐는데, 현역 단체장에 대해서는 그간 객관적인 평가 요소가 없었다”고 평가 체계를 만든 배경을 설명했다.

평가는 현역 광역·기초단체장에 대해 정량 지표(50%), 여론조사(30%), 개인 PT(20%)에 가·감점(-10∼+10점)으로 이뤄진다. 정량 지표는 △경제 지표 40점 △리더십 지표 30점 △당 기여 지표 30점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각 단체장은 직접 중앙당에서 임기 중 주요 성과를 설명하는 개인 PT를 하게 되며, 여론조사는 단순 지지율 조사가 아니라 지역 발전 기여도와 생활 환경 개선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정 위원장은 “우리 당의 철학과 국가관을 얼마나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지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혁 대표가 강조하는 ‘당성’도 평가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TF 측은 평가 결과 활용과 관련, “‘컷오프’ 여부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또 다른 요소도 합쳐서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이번 현역 평가 도입으로 인해 현역 의원들의 시도지사 도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지만, 반면 당 지지율이 여당에 크게 밀리는 상황에서 그래도 경쟁력이 높은 현역 단체장들에게 큰 제약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린다. 다만 영남 지역의 기초단체장들이 ‘타깃’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 국민의힘 관계자는 “부산만 해도 기초단체장들 중에 지역 발전 성과를 거론할 만한 인사가 있느냐”면서 “영남권 기초단체장 물갈이로 선거 분위기 쇄신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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