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부산시민공원 다솜관 동백꽃방에서 2025 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북콘서트 ‘피해자의 삶을 잇다’가 열려 김세희 변호사, 김진주(가명) 작가, 정경숙 부산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피해자가 나서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시스템에서 결국 피해자가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김진주(가명) 작가는 25일 부산 부산진구 부산시민공원 동백꽃방에서 열린 북콘서트에서 사고 이후 대응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오전 부산시가 주최한 ‘피해자의 삶을 잇다’ 북콘서트에서는 <싸울게요, 안 죽었으니까> 저자인 김 작가의 강연이 열렸다. 강연 이후에는 정경숙 부산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장, 김세희 변호사가 패널로 참여해 ‘피해 이후 트라우마 회복·대응 과정’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김 작가는 2022년 5월 22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귀가하던 중 일면식도 없는 남성에게 머리를 여러 차례 가격당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다.
김 작가는 피해 당시 ‘피해자는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 기록을 보여줄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해서 들었다고 회상했다. 형사 재판에서 당사자는 검사와 피고인만 포함돼 피해자인 김 작가는 수사 상황에 접근할 수 없었다. 그가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은 이후 직접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하게 된 이유다. 김 작가는 “가해자와 나를 빼면 아무 사건도 남지 않는데 왜 내가 당사자가 아닌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며 “첫 재판에 CCTV 자료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스스로 공론화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25일 오전 부산시민공원 다솜관 동백꽃방에서 2025 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북콘서트 ‘피해자의 삶을 잇다’가 열려 김세희 변호사, 김진주(가명) 작가, 정경숙 부산여성폭력방지종합지원센터장이 토론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토론 패널로 참여한 사건 당시 수사 검사 김세희 변호사도 형사사법 절차 한계를 지적하며 피해자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현 시스템은 피해자가 수사기관과 법원을 설득하지 않으면 사건의 이면을 채워줄 수 없는 구조”라며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일이 ‘낙인’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고 당부했다.
김 작가는 자신의 피해 회복 과정과 함께 구체적인 방법도 공유했다. 그는 꾸준한 심리 치료를 받는 것과 함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을 겪고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해 ‘이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하고 싶은가’를 계속 물었다”며 “목표를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야 흔들릴 때도 다시 방향을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부산시는 이번 북콘서트를 시작으로 여성폭력 피해자 작품 전시회, 릴레이 거리 캠페인, 여성폭력 예방 영상 송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다음 달 1일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김재량 기자 ry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