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운영위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의 빈자리가 눈에 띄고 있다. 앞서 문 수석부대표는 전날 국회 본회의 도중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같은 대학 출신의 특정 인사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에 추천해달라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요청하는 장면이 일부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파장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 김남국 디지털소통비서관과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문진석 의원 간 ‘인사 청탁’ 문자의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현지 제1부속실장이 언급된 문자 내용에 대해 국민의힘은 “인사 농단이 드러났다”며 ‘만사현통’ 문제를 재차 제기했고, 대통령실은 김 비서관에게 ‘엄중 경고’하는 등 수습에 나섰다.
앞서 일부 언론은 지난 2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는 국회 본회의 도중 문 의원이 김 비서관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 받는 장면을 포착했다. 문자는 문 의원이 민간협회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직에 대학 후배인 특정 인사를 추천하는 내용이었다. 문 의원과 김 비서관은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문 의원은 문자에서 “남국아 (홍성범은) 우리 중(앙)대 후배고 대통령 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라며 “자동차산업협회 회장하는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라고 했다. 이어 문 의원은 “너도 알고 있는 홍성범이다.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봐”라고 했다. 김 비서관은 “네 형님, 제가 훈식이 형이랑 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며 “홍성범 본부장님!”이라고 답장했다. 문 의원이 추천한 인사는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을 지낸 홍성범 씨이고, 김 비서관이 언급한 두 사람은 강 비서실장과 김 1부속실장이 확실해 보인다.
2023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서 이름이 바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현대, 기아, 한국GM 등 국내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회원사로, 회장은 형식적으로 회원사가 추천하는 형태로 뽑지만 산업통상부 고위 관료들이 주로 차지해왔다. 회장의 연봉의 3억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문자 내용이 공개되자 국민의힘은 김 실장이 ‘청와대 상왕’임이 드러난 인사청탁이라고 총공세를 퍼부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3일 논평에서 “‘만사현지, 현지형통 공화국’이라는 조롱이 왜 나오는지 적나라하게 입증됐다”며 “민간협회 회장직까지 김 실장이 좌지우지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적 청탁이자 직권 남용으로 범죄 행위”라고 직격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즉각적인 해명과 함께 김 비서관의 사퇴를 요구했다.
파장이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은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 역시 기자들과 만나 “매우 부적절하다고 하는 것에 이견은 없다”면서 야당의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문 수석) 본인 사과와 원내대표의 의견 등 종합적 요소가 있다. (문 의원의) 의사 표명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