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유엔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치고 귀국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전재수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고 이재명 대통령은 이를 재가했다. 연합뉴스
내년 부산시장 선거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유력 후보인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11일 사임했다. 부산 유일 여권 3선 의원이자 중량감 있는 전 전 장관의 시장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민주당은 난감한 처지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여권의 유력 후보가 없어지면 당내 경선에 뛰어들 후보들이 물밑에서 분주하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전 전 장관이 사임함에 따라 당초 예상됐던 내년 6·3 부산시장 선거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부산 민주당은 사실상 현역인 박형준 부산시장을 상대하기 위해 전 전 장관을 필두로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전략 수정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전 전 장관을 제외한 시장 후보군에 관심이 집중되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
부산 여권에서 전 전 장관과 함께 유력한 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됐던 최인호 전 의원은 최근 HUG 신임 사장 공모 지원으로 선회하면서 출마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 전 의원은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공모 전까지 민주당 부산시당 시정평가대안특위 위원장으로 박형준 시정을 정조준하며 지역에서 활동을 넓혀 온 바 있다. 최 전 의원은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출마 가능성에 대해 신중론을 펼쳤다.
3선 의원 출신이자 문재인 정부의 해수부 장관을 역임한 김영춘 전 장관의 깜짝 등판도 제기됐으나 출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김 전 장관은 이번 대선이 끝나고 “시민으로 민주당을 응원할 것”이라며 2022년 선언했던 정계 은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현재까진 최근 잠행을 깨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 부산 민주당의 맏형 박재호 전 의원과 가장 먼저 시장 출마를 선언했던 이재성 전 시당위원장이 실제 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특히 전 전 장관과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관계인 박 전 의원은 전 전 장관의 시장 출마가 무산될 경우, 지역 여권에서 그에게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평소 박 전 의원도 주변에 부산 민주당을 위해 마지막 헌신을 하고 싶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시당위원장은 AI 전문가, 성공한 기업인 출신, 기존 정치인과 다른 새로운 인물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 전 전 장관만큼 존재감이 크지 않고 박 시장과 맞붙기엔 체급이 다소 약하단 평가다.
전 전 장관의 갑작스러운 낙마로 민주당에 악재가 거듭되면 부산시장 후보 구인난을 겪을 가능성도 커진다. 이 경우 조국혁신당 조국 당대표의 부산 출마 여부를 둘러싼 범여권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전 전 장관이 통일교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허위 사실이라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는 만큼 해수부 장관 사임이 오히려 부산시장 선거 도전에 대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전 전 장관이 시장 레이스에 이탈한다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3선을 노리는 박 시장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차기 부산시장 선호도에서 전 전 장관과 박 시장은 접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박 시장도 이를 의식한 듯 중앙 정치권 이슈에 목소리를 강하게 내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데 주력해 왔다.
다만 이번에 부산 민주당에 터진 악재가 국민의힘 내부 경쟁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보수세가 강한 곳으로 분류돼 온 부산에서 민주당과 박빙 승부를 벌이거나 밀리는 양상을 보였지만 전 전 장관에게 불거진 의혹으로 판세가 과거와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는 까닭이다.
이에 잠재적 후보군으로 분류되고 말을 아껴 오던 국민의힘 주자들에게 지역 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에서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4선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이다. 김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으로 당내에서 합리적인 인사로 분류된다.
박 시장과의 차별점도 있다는 평가다. 김 의원은 강서구를 지역구로 두면서 서부산권의 교통망이나 산업, 각종 생활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주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서부산권은 해운대와 수영구를 비롯한 동부산권에 비해 도시 인프라 격차가 커 시정에 대한 주민들의 원성이 높다. 김 의원의 경우 아직 부산시장 출마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전 전 장관의 사임으로 선거판이 급변하면서 당내 경선에 나설 수 있다. 이처럼 전 전 장관의 사의 표명으로 촉발된 파장으로 부산 정치권의 구도가 한동안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