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응급실 뺑뺑이’ 심각… 환자 이송 요청 10건 중 1건 수락

입력 : 2025-12-11 20: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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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번한 ‘이송 불가’ 사망 잇따라
환자 수용 문의 수락 겨우 14%
지역 의료진 부족 가장 큰 원인
응급의료법 미비로 진통 지속돼

올해 부산 지역에서 현장 구급대원이 응급 환자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구급상황관리센터를 찾는 경우가 3600건 이상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병원 응급의료센터로 119 구급차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부산 지역에서 현장 구급대원이 응급 환자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부산구급상황관리센터를 찾는 경우가 3600건 이상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병원 응급의료센터로 119 구급차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부산 지역 응급 상황에서 현장 구급 대원이 이송 병원을 찾지 못해 병원 연결을 돕는 '구급상황관리센터'를 찾는 경우가 3600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병원이 수용을 수락한 경우는 10건 중 1건에 불과했다. 병원은 의료진 부족을 가장 주된 이유로 이송을 거부했는데, 빈번한 '이송 불가'로 환자 사망 사건까지 발생하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월 부산구급상황관리센터는 응급 환자 이송 협조 요청을 받고 3603건에 대해 병원 연결을 시도했다. 부산구급상황센터는 출동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한 경우 일선 구급대원의 요청을 받아 병원을 찾는 기관이다. 소아과 등 의사가 부족한 진료 과목의 중증 환자인 경우가 많다. 부산구급상황관리센터는 총 1만 5608회 환자 수용 문의를 했지만, 병원 수락률은 14.6%(2274회)에 그쳤다.

평균 문의 횟수는 4.3회에 달했다. 질환별로 살펴보면 ‘위장관출혈’이 9.9회로 문의 횟수가 가장 많았다. 치료가 시급한 ‘의식 장애’도 평균 6.5회 문의해야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 ‘심정지’마저 평균 1.4회 문의가 필요했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묻다가 시간이 지체되며 환자가 생명을 잃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10월 부산의 한 학교 1층 야외에서 발견된 A군 역시 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병원을 찾았지만, 문의한 병원 8곳 중 수용이 가능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A 군은 심정지 상태에 빠졌으며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이 같은 이송 거부가 발생한 데는 의료진 부족이 가장 크다. 병원이 밝힌 수용 곤란 사유로는 ‘의료진 부족’이 10건 중 6건(66.3%)으로 가장 많았다. 부산 지역 일부 병원에서는 신규·재초진 소아과 환자 진료가 불가했다. 의료진이 있더라도 절대적인 수가 부족해 당직 운영이 어려워 24시간 응급실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중환자실 부족(13.5%), 배후진료 불가(11.2%) 등도 이송 불가 사유로 꼽혔다.

의료계와 소방본부는 ‘이송 불가’ 상황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해결책을 두고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일선 소방본부는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를 병원에 이송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이를 위해 이송 병원 강제 선정 권한을 소방 당국에 부여해 달라고 촉구해 왔다. 현행법상 구급대원은 응급실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뒤 가능하다는 답을 들어야 환자 이송이 가능하다.

문제 해결을 위해 관련 법이 발의됐으나 의료계는 반기를 들었다. 구급대에 이송 병원 지정 권한을 부여하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응급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응급의회학회는 “개정안대로 구급대원 또는 구급상황관리센터가 이송 병원을 직권으로 선정한다면 몇 안 되는 응급의료기관 문 앞에 구급차들이 줄지어 대기하는 새로운 기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일 대한의사협회와 소방청은 간담회를 열고 응급실 뺑뺑이 방지를 위해서는 의료진과 구급대원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각계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인 만큼 당분간 진통은 계속될 전망이다.

환자단체는 정부가 소방 당국과 응급의료계 사이 갈등을 중재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K의료’가 인기를 끌 정도로 국내 의료 수준은 발전하는데 일각에 환자의 생명이 달린 응급의료는 후퇴하고 있다”며 “적어도 환자가 병원 근처에도 못 가 보고 구급차에서 죽는 일은 없어야 하는 만큼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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