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 내란전담재판부 법이 상정되자 무제한 반대 토론(필리버스터)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위헌 논란이 제기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12·3 윤석열 비상계엄 등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면서 연말 국회가 다시 ‘강 대 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민의힘은 장동혁 대표가 직접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첫 주자로 나서며 법안 처리에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법 처리 이후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추가 쟁점 법안 상정도 예고하면서, 양당의 대치 국면이 성탄 전야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회는 22일 오전 본회의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상정했다. 해당 법안은 12·3 비상계엄 사건을 전담해 심리하는 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위헌 논란이 이어지자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기존 법안을 일부 수정해 본회의에 올렸다. 당초 헌법재판소 사무처장과 법무부 장관, 판사회의 추천 인사로 구성된 후보추천위원회 신설을 검토했지만, 위헌 논란이 제기되면서 이를 철회하고 수정안을 마련했다.
수정안은 후보추천위원회를 두지 않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 판사회의가 전담재판부 수와 판사 요건 등의 기준을 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판사회의가 기준을 마련하면 각급 법원 사무분담위원회가 이를 반영해 재판 사무를 분담하고, 다시 판사회의 의결을 거쳐 법원장이 해당 판사를 보임하는 구조다. 사실상 각 법원 판사회의가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을 맡는 방식이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번 수정안에 대해 “사법부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현재 구속 중인 피의자에 대한 구속 기간 연장 및 대상 사건에 대한 사면, 감형 제한 등이 초래할 수 있는 헌법적 문제 제기 소지를 제거했다”며 “재판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는 절차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수정안을 제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 40분께 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즉각 필리버스터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크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이 예규를 통해 전담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첫 토론자로는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직접 나섰다. 제1야당 당대표가 필리버스터에 직접 참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헌법학>, <자유론>,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등의 책을 들고 연단에 섰다. 그는 “저는 오늘 비상계엄 특별재판부 설치가 명백히 위헌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악법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국회법에 따라 토론 개시 24시간이 지나면 강제 종결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이 경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23일 범여권 주도로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법 처리 이후인 23일 본회의에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24일 표결 처리할 계획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허위·조작 정보를 악의적으로 유포해 피해를 발생시킬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에 대해 허위·조작 정보의 기준이 모호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국민 입틀막법’으로 규정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필리버스터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서는 내년 6·3 지방선거를 위한 선거구 획정을 논의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과,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도 함께 처리됐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은 재석 244명 중 찬성 223명으로 가결됐고, 국정조사 계획서는 재석 246명 중 찬성 245명으로 통과됐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