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담합, 달러 부당유출, 슈링크플레이션까지…국세청 31개 기업 세무조사

입력 : 2025-12-23 18:17:19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국세청 브리핑실에서 31개 기업 세무조사와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이 23일 국세청 브리핑실에서 31개 기업 세무조사와 관련된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세청 제공

# A사는 전국적인 판매망을 가진 수입육 전문유통업체로, 매년 일정량 고기를 할당관세를 적용받아 수입하고 있다. A사는 사주일가가 주주로 있는 특수관계법인 B사에게 육류를 공급하는데, 할당관세로 저렴하게 확보한 수입고기를 B에게 업종평균 대비 절반의 마진만 남기고 공급했다. B사는 사주의 자녀에게 고액 배당을 지급했고 사주 자녀는 고가의 토지와 건물을 구매하는 등 호화·사치생활을 영위했다.

# C사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로, 가격은 그대로 유지하며 음식 중량을 줄이는, 이른 바 슈링크플레이션로 이익을 많이 냈다.

C사는 프랜차이즈 홍보와 관련한 광고선전비를 계열사와 공동으로 내고 있으나, 사주일가가 운영 중인 계열사가 내야 할 40억 원의 광고선전비를 C사 대신 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지원했다.

C사는 D사는 가맹점 인테리어를 할 수 있도록 가맹점을 연결해 주며 소개비를 받고 있으나,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고 거래를 숨기며 매출을 누락시켰다. 또 임원에게 인건비를 과다 지급하고, 사주는 이 중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법인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했다.

달러를 해외로 부당하게 유출시키거나 할당관세를 이용해 편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기업, 슈링크플레이션(가격은 그대로 두고 용량을 줄이는 방식)을 일삼는 프랜차이즈 업체 등이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가격담합 등 독과점 기업 △할당관세 편법이용 수입기업 △슈링크플레이션 프랜차이즈 △외환 부당유출기업 등 총 31개 업체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들 업체의 탈세 규모는 최근 5년간 총 1조원에 달한다.

먼저 국세청은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편법으로 외화를 유출한 외환 부당유출 기업을 조사한다. 탈루 혐의 금액은 총 7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업무단지 개발사업비 조달을 목적으로 설립된 E사는 최대주주인 해외법인으로부터 지급보증용역을 받는 대신 약 70억원의 외화를 해외법인의 대외계정을 통해 줬다. E사는 이 송금을 국외 간 거래로 처리하는 꼼수를 써 부당하게 해외로 유출했다. 그러나 이 해외법인은 실체가 없는 페이퍼 컴퍼니였다.

전자제품 제조업 상장업체인 F사는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기술사용료를 낮춰 국내로 들여와야 하는 1500억원 상당의 외화를 해외에 그대로 뒀다.

이 회사의 사주일가는 F사 기업공개에 관련한 내부정보를 받고 사전에 대량의 주식을 사들였다. 2021년 코스피 상장을 통해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음에도 증여세 신고를 누락했다.

빌트인·시스템 가구 제조업체인 G사는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위에 적발된 업체다. 이 회사는 담합 과정에서 다른 업체로부터 거짓 매입세금계산서를 주고받았다. 업무와 무관한 10억원대 고가 골프회원권을 법인자금으로 취득하고 사주일가가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금융계좌 추적, 포렌식 기법 등 사용 가능한 수단은 모두 동원하는 한편,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수사기관 정보, 외환자료 등을 적극 활용해 마땅히 내야 할 세금을 회피하는 행위를 단호히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