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한 80년 독자와 함께할 100년

입력 : 2026-01-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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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가 2026년 창간 80돌을 맞았다. 1946년 창간 이후 80년 동안 세로 제호는 가로가 됐고 흑백 사진은 컬러로 바뀌었지만, 지면 한 장 한 장에 담긴 시민의 목소리와 온기를 지키려는 노력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산업화와 민주화, IMF 위기와 내란 극복의 긴 질곡 속에서도 평범한 삶의 기록은 멈추지 않았고, 그 축적된 활자는 시대의 기억이 됐다. 그 기억 위에 오늘을 세운 부산일보는 다시 시민과 함께 100년을 향해 단단하게 나아갈 테다. 1946년 창간호와 이후 신년호의 1면 지면을 모았다. 위 ‘釜山日報’(부산일보) 제호는 창간 당시의 세로 제호. 부산일보가 2026년 창간 80돌을 맞았다. 1946년 창간 이후 80년 동안 세로 제호는 가로가 됐고 흑백 사진은 컬러로 바뀌었지만, 지면 한 장 한 장에 담긴 시민의 목소리와 온기를 지키려는 노력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산업화와 민주화, IMF 위기와 내란 극복의 긴 질곡 속에서도 평범한 삶의 기록은 멈추지 않았고, 그 축적된 활자는 시대의 기억이 됐다. 그 기억 위에 오늘을 세운 부산일보는 다시 시민과 함께 100년을 향해 단단하게 나아갈 테다. 1946년 창간호와 이후 신년호의 1면 지면을 모았다. 위 ‘釜山日報’(부산일보) 제호는 창간 당시의 세로 제호.

부산일보가 올해 창간 80주년을 맞는다. 1946년 격동의 해방 직후, 지역 사회의 눈과 귀가 되겠다는 다짐은 80년간 이어져 부산·울산·경남의 역사와 함께 호흡해 왔다. 산업화, 민주화와 지역의 성장, 시민의 희로애락까지. 지면에는 늘 시대의 맥박과 지역의 목소리가 함께 했다.

‘지역의 진실을 밝히고 공공의 이익을 옹호한다’는 창간사는 80년 부산일보의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 현장성, 책임감의 기준이자 시민들에게 한 약속이기도 했다. 매일의 취재와 보도에 이 약속을 담아내고자 부산일보는 현장을 뛰고 또 뛰었다.

창간 직후 피란 수도 부산의 일상, 생존의 기록은 전국 일간지 중 부산일보는 가장 먼저, 가장 밀착해 보도했다. 1950년 8월 18일부터 10월 27일까지, 1951년 1월 4일부터 1953년 8월 15일까지. 두 차례 임시 수도가 된 부산에서 지역 대표 신문은 전국 대표 신문으로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 항만, 철도, 부산 판자촌의 풍경은 훗날 한국전쟁의 삶을 어떤 자료보다 생생하게 증언하는 사료가 됐다.

1960년 4월 12일 부산일보에 보도된 마산만에 떠오른 김주열 열사의 사진은 민주화의 불씨를 지폈다. 김 열사의 머리와 눈에 최루탄이 박힌 사진은 대대적인 학생 시위로 이어졌고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부산일보는 ‘나는 마산 소요를 목격했다’ 시리즈를 15회에 걸쳐 오직 시민과 민주주의의 편에서 보도를 이어갔다.

1960~1970년대 산업화 시기 수출 산업, 부울경 조선·기계·화학 공업의 발전이라는 성과 뒤에 가려진 노동 현장의 그늘, 안전, 주거 환경 등을 짚어낸 기사들은 산업 일변도의 시대 흐름에 경종을 울렸다. 부마항쟁과 민주항쟁의 역사에서도 민주주의 진전을 향한 지역의 열망과 아우성을 담아냈다. 1981년 9월부터 7개월간 55회나 진행된 시리즈 ‘낙동강 늦기 전에’는 낙동강 발원지부터 하구까지 전 수계 780km를 오가며 환경 오염 실태를 고발했다. 환경 오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때의 이 보도는 사회 인식 전환의 시발점이 됐다.

지방 자치가 본격화한 1995년 이후 지방 행정 감시, 정책 검증 보도도 부산일보의 몫이었다. 도시 개발 문제부터 재개발, 시민 안전 문제 등 지역의 관심사를 조명했다. 부산일보의 외침은 공론화의 메아리가 돼 돌아왔다. 부산일보가 지키려 했던 금정산은 2025년 국립공원이 됐다. 2002년 부울경 지역에서 발생한 역사상 최악의 참사 중 하나인 김해 돗대산 항공기 추락 사고 이후 지역에 새로운 공항이 필요하다는 ‘가덕신공항’ 어젠다는 20여년동안 부산일보가 지역 민의의 창구로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사명이기도 하다.

언론의 발전상을 선도적으로 담아낸 데이터 저널리즘에 기반한 ‘석면 쇼크, 부산이 아프다’와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살아남은 형제들’을 통해 지역의 석면 문제, 형제복지원 참상을 보듬었다.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간 공공저널리즘 사례인 ‘우리 곁의 빈곤’ 시리즈는 차상위계층이라는 용어를 세상 밖에 알려 대한민국 복지 체계를 재정립했다. 직접 기자들이 산복도로에 살며 다룬 ‘산복빨래방’은 2020년대의 영상과 기사의 목소리로 내놓은 각종 산복도로 문제에 대한 해답이기도 했다.

복잡한 현안을 독자에게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독자 참여형 플랫폼은 지역 공론장의 깊이를 더했다. 80년의 역사. 기자, 독자, 지역사회가 함께 빚어온 시간. 현장에서 제보하고 토론하며 때로는 비판의 목소리도 흔쾌히 내준 시민들의 너그러운 품이 부산일보를 성장시켰다. 독자의 신뢰는 유일한 믿을 구석이었고 그 신뢰에 보답하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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