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김봉욱 선장이 북극항로 횡단 때 운항한 팬오션 선샤인호. 김봉욱 선장 제공
2016년 국적선을 이끌고 북극항로(NSR)를 횡단한 선장을 〈부산일보〉가 찾아냈다. 올해 북극항로 시범 운항을 앞두고 한 가지 채우지 못한 퍼즐로 남아 있던 과거 시범 운항 경험 전수가 가능해졌다.
팬오션 소속 김봉욱(사진·63) 선장은 2016년 8월 4일 중국 텐진에서 선샤인호에 액화천연가스(LNG) 모듈을 싣고 부산항에 들러 기름을 채운 뒤 사흘 뒤인 8월 7일 러시아 야말반도 인근 사베타항으로 향했다. 야말반도에서 LNG 가스전 개발 사업이 활발하던 시기, 시추에 필요한 모듈을 운송한 것이다. 베링해를 지나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를 거쳐 야말반도를 접한 카라해에서 9월 1일 사베타항으로 접안했다. 약 1만km를 25일 만에 주파했다.
김 선장의 등장으로 국내 북극항로 운항 역사가 새로 쓰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선장은 “해양수산부나 업계에선 국내 선사가 국적선으로 북극항로를 횡단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팬오션 선샤인호가 최초이고, 곧바로 팬오션 선라이즈호도 뒤따랐다”며 “올해 해수부가 추진하는 북극항로 시범 운항에 필요한 정보나 기술이 있다면 기꺼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선 2013년 9월 현대글로비스가 스웨덴 스테나해운 소유 유조선 ‘스테나 폴라리스호’를 빌려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나프타 4만 4000t을 싣고 35일 만에 광양항에 도착한 것이 최초의 시범 운항으로 돼 있었다. 이어 2015년 7월 CJ대한통운이 아랍에미리트 무샤파항에서 빌린 ‘코렉스 에스피비2호’에 4000t 규모 극지 하역 장비를 싣고 수에즈운하와 유럽을 거쳐 서쪽에서 동쪽 야말반도로 일부 구간만 북극항로를 운항한 기록도 있다. 두 차례 운항 모두 국적선이 아니었고, 선장도 외국인이었다. 팬오션 선샤인호가 시범 운항으론 세 번째지만, 국적선과 내국인 선장으로서는 최초의 북극항로 횡단이다.
김 선장은 당시 여러 경험도 공유했다. 선샤인호는 내빙 등급이 없는 일반 화물선이었다고 한다. 팬오션은 러시아 북극항로 관리기관인 NSR관리국에 통항허가서를 미리 신청했고, 운항규칙에 따라 러시아 쇄빙선 야말호와 아이스 파일럿(Ice Pilot)을 이용했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매일 정오에 NSR관리국으로 보고서를 전송했다. 쇄빙선 야말호가 앞장서고, 동시베리아해와 랍테프해에 잠시 멈춰 아이스 파일럿을 태웠다. 해빙 정보는 전문 업체의 분석 지도를 받아 아이스 파일럿과 상의하며 항로를 결정했다. 한여름이지만 랍테프해와 카라해 주변은 유빙이 떠다녀 운항 속도를 늦추는 일이 잦았다.
김 선장은 “아이스 파일럿은 속도를 6~7노트로 해도 된다고 했는데, 선샤인호는 선체 밖으로 화물 적재 공간이 튀어나와 유빙에 부딪힐 위험이 컸다”며 “선장으로서 속도를 4노트로 낮춰 운항하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선장은 “이리듐 위성 전화로 통신 투절에 대비해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김 선장 경험은 북극항로 개척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업체 정보가 끊길 가능성에 대비해 공공 부문 ‘북극해운정보센터’를 구축할 필요성은 어느 정도 인정되고, 통신 두절에 대해 스타링크 등 최신 민간 서비스로 대체할 수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극지 전문 해기사 양성에 대해 김 선장은 자신이 받은 두 차례 실무 교육으로도 충분하고,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다양한 상황에서 운항 경험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선장은 1983년 범양전용선에 입사, 회사가 범양상선, STX, 팬오션으로 이름이 바뀌는 동안 광탄선,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중량 화물선 선샤인·선라이즈호 등의 배를 몰았다. 팬오션을 정년 퇴직한 지금도 촉탁직으로 배를 몰고 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