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상욱 한국유럽학회 회장 "불확실성 시대, 유럽은 한국의 핵심 전략 파트너"

입력 : 2026-01-21 18: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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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설립, 연구자 700명 활동
미국 중심 기존 국제 질서 흔들려
기후변화·공급망 재편 등 동시다발
부산과 유럽 협력 가능성에도 주목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한·EU 협력을 입체적으로 읽어낼 전문성이 중요합니다. 다극화가 심화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유럽은 더 이상 먼 대륙이 아니라 한국의 핵심 전략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유럽학회 제33대 회장으로 선출된 안상욱 국립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부 교수는 기후·에너지·공급망·디지털 규범처럼 세계 규칙을 주도하는 분야에서 유럽연합(EU)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그 변화를 정확히 해석하는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1994년 설립된 한국유럽학회는 경제·법·정치·행정·역사 등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 약 700명이 활동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유럽 연구 학술단체다. 안 교수는 “학문 연구를 넘어 정책 자문과 대외 협력까지 수행해 온 학회”라고 소개했다.

안 교수는 현재 국제 정세의 가장 큰 특징으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기후변화·고령화·공급망 재편 같은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전개되고 있으며, 유럽은 이미 이와 관련한 다양한 해법을 축적해 온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기후변화 대응, 개인정보 보호, 순환 경제 분야에서 EU 규범은 세계 표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는 “EU는 거대한 단일 시장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만들어진 규제와 담론이 전 세계로 퍼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한국만의 규제 갈라파고스에 갇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GDPR(2018년 5월 25일부터 시행된 유럽연합 개인정보 보호규정)을 비롯해, 배터리 재활용 기준, 디지털 규범은 이미 한국 기업과 정책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안 교수가 규정한 한국유럽학회의 역할은 분명하다. 그는 “유럽의 규범 형성 과정을 국내에 설명하는 동시에, 한국의 입장이 유럽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학술 논의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과 산업 현장까지 연결하겠다는 의미다.

1년간의 회장 임기 동안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로는 ‘불확실성 이후의 한·EU 파트너십’을 제시했다. 에너지 공급망, 전기차·배터리 산업, 글로벌 디리스킹(위험 완화) 전략처럼 복합적인 이슈를 EU의 다층적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분석하고,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시사점을 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안 교수는 “EU는 집행위원회와 회원국, 기업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다층 거버넌스 체계”라며 “단순한 찬반 구도를 넘어 그 복잡성 속에서 정책 방향을 읽어내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잠재력도 짚었다. 그는 해양·물류·에너지 분야에서 부산은 유럽과의 연결 가능성이 큰 도시라고 평가했다. 유럽 해운사의 항만 투자, 부산항을 활용한 유럽향 물류 확대, 장기적으로는 북극항로 논의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러시아 관할 수역, 쇄빙선 비용, 보험 문제 등 현실적 제약을 고려하면 중장기적 시각에서 유럽과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 연구를 꿈꾸는 학생과 젊은 연구자들에게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라고 조언했다. 안 교수는 “미국과 중국 중심 시각만으로는 한국의 생존 전략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EU와 각 회원국의 정치·경제·법·사회 문화를 이해하는 지역 전문가 수요는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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