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건 12·3 비상계엄이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는 첫 법원 판단에 따른 결과다. 재판부가 조은석 내란 특검팀이 구형한 징역 15년보다 훨씬 더 무거운 형을 선고하면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다른 국무위원들에 대한 판결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가 21일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후 법정구속을 결정한 건 재판부가 당시 비상계엄을 내란 행위라고 판단한 게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비상계엄을 ‘12·3 내란’이라고 규정한 재판부는 선고 초반부터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이에 근거해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군 병력과 경찰 공무원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출입 통제한 건 형법 87조에서 정한 내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러한 판단에 따라 법원은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한 전 총리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우선 비상계엄 선포가 국무위원 심의로 이뤄진 듯한 외관을 형성한 행위, 계엄 선포 후 국무위원들에게 관련 문서에 서명을 받으려 한 행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주요 기관 봉쇄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이행 방안을 논의한 행위 등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법적 결함을 보완하려고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작성한 사후 선포문에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서명을 한 후 해당 선포문을 폐기한 허위 공문서 작성·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도 법원이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지난해 2월 윤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위증한 혐의 또한 유죄라고 판단했다. 다만 비상계엄 선포 후 추경호 당시 여당 원내대표에게 국회 상황을 확인하며 국회 통고 여부를 점검한 행위, 계엄 해제 후 국무회의 심의를 지연시킨 행위 등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허위 공문서인 ‘사후 계엄 선포문’을 행사한 혐의도 무죄라고 봤다.
재판부는 ‘국정 2인자’였던 한 전 총리 지위와 책임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국무총리는 헌법을 수호하고 실현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며 “12·3 내란이 성공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의무와 책임을 끝내 외면하고, 그 일원으로 가담하기로 선택했다”고 질책했다.
재판부는 비상계엄을 ‘친위 쿠데타’에 비유하며 한 전 총리 등에게 엄벌을 내렸다. 재판부는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 전 대통령과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런 형태의 내란을 친위 쿠데타라고 부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12·3 내란의 위헌성 정도는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다”며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내란 행위 자체는 몇 시간 만에 종료됐지만, 이는 무장한 계엄군에 맨몸으로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 용기에 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 저항을 바탕으로 신속히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한 일부 정치인의 노력, 소극적으로 참여한 일부 군인과 경찰 공무원의 행동에 의한 것”이라며 “결코 12·3 내란 가담자에 의한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고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다른 국무위원들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