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지난달 2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연 토크콘서트에서 참가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르면 오는 29일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당내에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돈다. 친한(친한동훈)계의 반발은 물론 당내 중도 세력까지 “제명은 파국”이라며 만류하지만, 장동혁 대표 측근인 당권파들의 제명 의지는 강경하다. 한 전 대표는 제명을 각오하고 여론전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제1 야당이 통합보다는 내부 갈등을 극단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에 중도층 확장은 더 요원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전 대표는 27일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탈당 권유’ 징계와 관련, “당 대표는 당원 개개인의 ‘자유의지의 총합’이기 때문에 당원이 당 대표를 비판하면 당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반민주, 반지성적인 말을 놀랍게도 윤리위 결정문에서 대놓고 하고 있다”면서 “북한 수령론, 나치즘 같은 전체주의, 사이비 민주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전날 “지금 국민의힘에서 불법 계엄이 진행 중”이라며 “‘윤 어게인’ 사이비 보수로부터 진짜 보수를 지켜내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앞서 국민의힘 윤리위는 전날 김 전 최고위원의 당 지도부 비판을 두고 ‘적의 구성원들을 분열시켜 정책 수행이나 작전 수행을 마비시키는 정보심리전에 해당한다’, ‘당 지도부에 대한 용의주도한 매체 테러 공격’이라고 주장하면서 탈당 권유 처분을 내렸다. 탈당 권유는 10일 이내 재심을 청구하지 않을 경우 해당 기간 안에 자진 탈당하지 않으면 별도 절차 없이 제명되는 사실상 제명 조치다. 앞서 당무감사위원회가 윤리위에 권고했던 ‘당원권 정지 2년’보다 수위가 높다는 점에서, 한 전 대표 제명을 강행하려는 당 지도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를 유보해서는 안 되고 이번 기회에 빨리 결정을 하고 넘어가야 혼란 상황을 줄일 수 있다”며 “빠른 시일 내에 결론을 맺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권파인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도 전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제는 제명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최고위 내의 중론이 됐다”며 “(장 대표가 당무에 복귀하는) 29일 (한 전 대표) 제명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 제명안이 의결되면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일제히 반발했고, 초·재선 의원이 주축인 소장파 모임 ‘대안과 미래’도 이날 당 지도부에 한 전 대표의 징계에 대한 재고를 재차 촉구했다. 이들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은 통합이라는 ‘덧셈 정치’를 하는 상황에 우리는 오히려 내부에 있는 사람들조차 배제하는 게 맞느냐”며 “징계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의 제명 의결이 임박해 보이면서 한 전 대표 측도 실력행사의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지지자들은 지난 24일에 이어 오는 31일 여의도에서 다시 한번 대대적인 제명 반대 집회를 열겠다며 화력을 모으고 있다. 한 전 대표도 다음 달 8일 토크 콘서트를 열어 당과 자신의 최근 상황을 두고 지지층과 직접 소통할 예정이다. 제명 결정이 나오더라도 당 밖에서 여론전을 펼치며 현 지도부에 대한 문제 제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가 독자세력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측근인 박정하 의원은 이날 “(한 전 대표의) 선택지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