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극 프런티어’가 노르웨이 트롬쇠에서 3일(현지시각) 개회식을 열었다. 이 행사는 지정학적 요충지가 된 북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됐다.
북극권 지도자, 전문가들은 북극이 평화로운 협력의 장이 아닌, 지구 온난화와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이 맞물린 전략적 요충지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북극을 지속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선 나토(NATO)와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강력한 연대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극항로 항해를 준비하고 있는 한국 입장에선 친환경 해운에 대한 신뢰 형성과 더불어 러시아와의 협력이 국제적 연대를 해치지 않음을 전략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강력해지는 북극 연대
북극권 지도자들은 북극 프런티어에서 연대를 통한 안보 강화의 시급성을 역설했다. 3일(현지 시각) 오전 11시께 노르웨이 트롬쇠 클라리온 호텔 더 에지에서 열린 개회식에서 에스펜 바르트 아이데 노르웨이 외교장관은 북극을 ‘뜨겁다’고 표현하면서, 연대를 통한 안보 강화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곳이 북극이다”고 설명했다. 북극은 미국 트럼프 정부의 그린란드 병합 논란, 북극항로 부상, 러시아의 북극 진출 전략 등으로 경쟁의 장이 됐다.
북극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의 연대는 러시아의 북극이사회 활동 중단으로 더 강화되는 분위기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작전’을 계기로 러시아와 서방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러시아도 북극이사회 활동을 중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을 언급하는 가운데, ‘북극이사회’의 차기 의장에 그린란드 자치정부 측 인사가 선정되면서 갈등은 더 고조되고 있다.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자치정부 외무장관도 개회식에서 “우리가 방어하고자 하는 것은 그린란드만이 아니다”며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국제법, 영토 보전, 자결권, 민주주의에 대한 존중이다”고 설명했다.
■북극 문제는 곧 유럽 안보
국제사회 리더들은 북극의 안보는 곧 유럽의 안보와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과거 EU의 북극 정책이 기후와 연구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안보와 국방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NATO를 비롯해 북극권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극에는 군사기지 66곳이 있는데, 이 중 러시아의 군사 기지가 30곳에 달한다. 나머지는 36곳은 NATO 회원국의 군사 기지로, 노르웨이 15곳, 캐나다 9곳, 미국 8곳 등이다. 여기에 그린란드에 3곳, 아이슬란드에 1곳이 있다.
북극을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은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으로 더 격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는 3일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북극에 미치는 영향’ 세션에서도 논의됐다. 우르마스 파에트 유럽의회 외교위원회 부위원장은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하는 프로젝트가 더 늘어나고 있다”며 “중국은 스스로를 ‘근북극 국가’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북극권 국가가 아닌 중국은 2018년 자국을 ‘근북극 국가’로 선언하며 북극 진출 야심을 드러냈다.
■러시아·한국 협력, 가능할까?
북극항로 개척을 선언한 한국 정부는 서방과의 연대와 함께 러시아 협력도 끌어내야 한다. 정부는 올해 3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부산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시범 운항할 계획이다. 북극 얼음이 녹는 9월 전후 운항이 목표다. 일단 시범운항은 북극항로 중도 러시아 영해를 경유하는 북동항로를 목표로 하고 있어,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다.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와의 협력이 러시아의 북극 내 군사, 안보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제 규범 준수를 전제로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러시아와의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정지훈 한국북극연구컨소시엄 사무총장은 “한국 입장에선 서방세계에 러시아와 중국이 이 항로를 독점하게 둘 수 없고, 한국이 북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먼저 모범을 보여 나가겠다는 건설적인 논의로 충분히 나아갈 수 있다”며 “한국이 북극 환경과 발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모범을 보이겠다는 건설적인 제안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엄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극지전략연구실장도 “러시아의 안보를 강화시키지 않는 전략이라는 전제 하에 실용적인 목표가 국제사회에 잘 설명이 된다면 완전히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극 프런티어
노르웨이 트롬쇠에 본사를 둔 비영리 해양 연구기관 아크바플란-니바(Akvaplan-niva)가 2007년부터 개최하는 북극 관련 연례 국제포럼이다.
1996년 오타와 선언이 창설 계기가 됐으며 북극권 국가들이 참여해 북극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환경 문제 등을 논의한다. 8개 회원국과 13개 옵서버 국가를 두고 있으며 한국은 2013년부터 옵서버 국가로 참여한다.
포럼에는 북극권·비북극권 국가의 정부, 학계, 업계, 언론계 등에서 1000여 명이 참여해 개방적이고 독립적인 대화, 파트너십 구축, 범북극 전략 논의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눈다.
트롬쇠(노르웨이) 글·사진=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