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왼쪽부터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장동혁 대표, 박준태 당대표 비서실장.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상속세 부담으로 한국을 떠나는 고액 자산가가 급증했다는 내용의 대한상공회의소 보도자료를 '고의적 가짜뉴스'라며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해 국민의힘은 "비이성적 대처"라고 비판했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잘못된 통계 인용의 적절성은 따질 수 있으나, 대통령이 직접 나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경제단체를 '민주주의의 적'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이 대통령과 다른 생각은 감히 꺼내지도 말라는 엄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와 경직된 규제·노동 환경으로 인해 기업인과 자본의 '탈한국' 우려가 커지는 현실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온 문제"라며 "정상적인 대통령이면 기업의 탈한국 흐름이 이어질 경우 성장 동력은 약화하고 일자리 정책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먼저 직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비판받는 자리다. 민주 사회에서 권력자의 역할은 반박과 설명, 검증 요구이지 '좌표' 찍고 도덕적 단죄를 내리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용술 대변인도 논평에서 "대한상의가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채 논란을 빚은 것은 부적절한 일이나, 이 대통령은 대한상의를 향해 '고의적 가짜뉴스'라며 극단적 표현으로 좌표 찍기에 나섰다"며 "통계와 정책 관점에서 실수나 이견이 있다고 '적'으로 규정하는 행태는 말 그대로 '오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 대통령이 대한상의를 콕 집어 격노한 지 3시간 만에 대한상의가 사과문을 냈으니 서슬 퍼런 권력의 위세가 참으로 대단하다"며 "잘못된 정책의 시정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단체를 악마화시키고 '민주주의의 적' 운운하기 전에 대통령 자신이 '민주주의의 적'이 되어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 회장이 1월 5일 베이징 조어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대한상의는 지난 3일 '상속세수 전망분석 및 납부방식 다양화 효과 연구' 보도자료에서 지난해 한국을 떠난 고액 자산가가 2400명으로 전년 대비 2배로 급증하는 등 세계에서 4번째로 많다는 내용의 해외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그러면서 대한상의는 그 원인으로 상속세 부담을 꼽았다. 그러나 해당 조사를 실시한 영국 이민 컨설팅사 헨리앤파트너스의 조사 방식이 부실해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논란이 국내외에서 제기됐다. 또 원문 어디에도 '상속세 때문에 한국을 떠난다'는 인과관계가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대한상의가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대한상의가 당일 오후 "관련 통계를 학술적·공식 통계로 인용하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추가적 검증 및 확인 전까지 인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급기야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인 7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번 논란을 다룬 언론사 칼럼을 첨부하고 "법률에 의한 공식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런 짓을 공개적으로 벌이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썼다. 또한 "주권자 국민의 판단을 흐리려는 고의적 가짜뉴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책임있는 기관인 만큼 면밀히 데이터를 챙겼어야 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대한상의에 지시했다. 대한상의도 "향후 이런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자료 작성 시 사실관계 및 통계의 정확성 등에 대해 충실히 검증하도록 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도록 내부 시스템을 보강하는 등 더욱 유의하도록 하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