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미 해군 핵추진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함(CVN-73)이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부산에서 총 4차례의 미군 전략자산이 전개됐다. 연 1회 수준이던 2016년 이전과 비교하면 부산의 ‘전략자산 허브화’가 뚜렷하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낙동강을 사수하던 최후의 후방 기지. 부산의 오래된 이미지는 더는 유효하지 않다. 지난 10년간 부산은 단계별로 전략적 입지 변화가 이뤄졌고, 이제는 전략자산의 입항이 특별하지 않은 일이 됐다. 부산이 전략적 요충지가 됐고, 동시에 미중 전략 경쟁의 작전권역에 본격 편입됐다는 의미다.
■백운포에서 어떤 일이
2016년은 부산의 지정학적 가치가 주목받은 한 해였다. 2월 19일 주한 미 해군사령부(CNFK)가 백운포 해군작전사령부 부지 안으로 이전을 완료했다. 한미 해군 간 공조가 한층 강화됐다. 때마침 한반도 위기까지 겹쳤다. 북한이 1월과 9월 한 해에만 2차례 핵실험을 강행했고, 7월엔 한미가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 위기감 고조는 군사력을 과시하는 양상으로 이어졌다.
2월 노스캐롤라이나 핵잠수함부터 10월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까지 2016년에만 5차례 전략자산이 백운포에 입항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전까지는 한미 연합훈련을 위해 한 차례 정도 항모가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5차례 입항 기록은 CNFK 이전을 기점으로 부산의 전략적 입지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2017년에도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성공 등이 이뤄졌다. 계속된 긴장 속에서 5차례 전략자산의 부산 입항이 있었다.
2018년 상황이 급변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전략자산의 부산행이 중단됐다. 2020년엔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결과적으로 2018~2021년 4년간 미군의 핵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이 들어오는 일은 없었다.
이 시기에도 부산의 전략적 위상은 변하고 있었다. CNFK 시설 증강이 이뤄졌고, 2020년엔 미 의회가 국방수권법을 통해 신설한 ‘태평양 억지 구상(PDI)’을 통과시켰다. 인도·태평양에서 미국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정책이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강화될수록, 부산의 지정학적 가능성도 주목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전략자산 전개의 일상화
4년간의 침묵을 깨고 2022년 9월과 10월 핵잠수함과 항공모함 등 3차례 전략자산이 부산에 입항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안보 정책이 바뀌었고, 미국도 인도·태평양 억지력 강화를 본격화했다.
2023년 부산이 연합군의 전략자산 핵심 거점으로 공식화됐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핵잠수함, 항공모함이 모두 7차례 입항했다. 한두 달 간격으로 미 해군 핵심 전략자산이 반복적으로 들어온 것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특히 7월 전략핵잠수함 켄터키함 입항의 파장은 상당했다.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이 국내에 들어온 것은 1981년 이후 42년 만이었다. 북한의 격렬한 반발은 물론 중국 역시 “진영 대결과 핵 확산 조장”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7월 중러의 연합 해상훈련도 벌어졌다.
그해 4월 미 백악관에선 한미 정상의 ‘워싱턴 선언’ 발표가 있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 증진에 양국이 협력하고, 유사시 미국의 핵 작전을 한국이 재래식 전력으로 지원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미국이 한반도에 대한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더욱 강화한다”는 구절도 포함됐다. 북한의 도발 등과 상관없이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24년과 2025년에도 각각 3차례와 4차례 전략자산의 부산 입항이 이뤄졌다. 2016년 CNFK의 부산 이전 전에는 전략자산 입항이 없거나 1~2회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4년 연속 3~7차례 입항은 부산의 전략적 위치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략자산 전개의 일상화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정비와 휴식 등 대부분 통상적인 입항이라는 공식적인 설명이지만, 사실상 중국을 향한 압박용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가장 최근 입항한 전략자산은 지난해 12월 23일 들어온 핵잠수함 그린빌이었다.
미국 안보 분야 싱크탱크 ‘FPRI’는 켄터키함의 부산 입항 등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확대하고 있는 투자 및 전략과 궤를 같이한다”며 “전략자산 제공은 중국을 억제하고 해당 지역 내 이익을 보호하려는 미 국방부의 의도에 부합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