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운데),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오른쪽), 한병도 원내대표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 지방선거 승리 여성 결의대회 도중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6월 지방선거 전 합당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다. 반대파들은 2차 종합특검 후보 추천 실패를 고리로 9일에도 정 대표 측의 합당 추진 중단을 강하게 압박했다. 정 대표는 10일 열리는 당 의원총회를 통해 최종 입장을 정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반대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커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 이후 합당 추진이 출구 전략으로 거론되는데, 이 경우 정 대표 리더십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차 종합특검 후보 인사 검증 실패와 관련해 “다시 한번 대통령께 누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박수현 수석대변인을 통해 간접 사과를 한 뒤에도 반발이 누그러지지 않자 공개석상에서 직접 사과한 것이다.
그러나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은 전준철 변호사를 2차 특검 후보로 추천한 친청(친정청래)계 이성윤 최고위원을 겨냥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번 일을 두고 “우리 당과 대통령에게 심각한 정치적 부담을 주는 행위였으며, ‘제2의 체포동의안 가결 시도’와 다름없다”고 직격했다. 2023년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등에 연루된 당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당내 이탈표로 가결됐던 일을 상기시키며 지지층을 자극한 것이다. 황명선 최고위원도 “검찰의 ‘이재명 죽이기’에 앞장섰던 김성태 변호인을 추천한 것은 분명한 사고”라며 “별일 아닌데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식의 물타기 또한 용납될 수 없다”고 가세했다.
당정 이상 기류로 정 대표의 입지가 약화되면서 합당 반대 목소리에도 더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박홍근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정 대표가 ‘지방선거 전에 강행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할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은 이제 매우 작아졌다”고 단언했고, 이건태 의원은 “현 시점에서 합당을 추진하는 것에 반대가 훨씬 많은 것 같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원외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도 “최근 합당 제안과 문건 파문이 당 안팎의 혼선과 중도층 이탈을 키우고 있다”며 반대 논평을 냈다.
민주당 반대파와 조국혁신당의 신경전도 고조됐다. 앞서 이언주 최고위원은 오는 13일까지 합당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는 조국 대표를 겨냥해 “우리 당의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본인 당의 일에 신경 쓰길 바란다”고 비판했고, 조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내부 공격이 가장 큰 리스크’라는 이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글을 인용하며 “진영 전체보다 계파 이익을 앞세우며 권력투쟁을 벌이지 말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합당 반대파들의 정 대표의 독단 등을 이유로 들지만 결국 속내는 계파 이익 때문 아니냐는 반박이다.
이런 당 안팎의 기류를 감안할 때 정 대표가 10일 의총 이후 ‘지방선거 이후 합당’ 등 출구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당 논의 과정에서 통합의 당위성은 확인된 만큼 정 대표가 합당을 장기 과제로 선정하고, 합당 관련 논의 기구를 구성해 지방선거 이후로 논의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물론 정 대표 측에서는 표면적으로 반대 목소리가 크긴 하지만, 찬성 의견도 만만치 않다고 보고 있어 당원 여론조사 등을 앞세워 지방선거 전 합당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남아있다. 지금 물러서면 리더십에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합당 이후 지방선거 결과로 책임을 지겠다고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