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 플랫폼) 예비인가 심사 결과 발표를 둘러싸고 금융위원회의 장고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금융위는 지난해 연말까지 유통 플랫폼 사업자 두 곳을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한국거래소(KRX)가 주도하는 ‘KDX 컨소시엄’, 넥스트레이드(NXT)를 중심으로 한 ‘NXT 컨소시엄’,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이 꾸린 ‘소유 컨소시엄’ 등 세 곳이 예비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달 7일 증권선물거래위원회(증선위) 심의 결과, KDX와 NXT 컨소시엄이 예비인가 대상자로 유력해졌다. 증선위 결정은 관례상 뒤집히는 경우가 드물다. 금융위도 같은 달 14일 정례회의에서 예비인가 결과를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금융위는 침묵했다. 이어 지난달 28일 정례회의 때도 해당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이쯤 되자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예비인가 심사를 의도적으로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인가 지연의 표면적 배경으로는 탈락 가능성이 제기된 루센트블록의 반발이 거론된다. 루센트블록은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한 처리가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업체는 넥스트레이드와 비밀유지각서(NDA)를 체결하고 재무 현황과 사업계획, 핵심 기술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그런데 넥스트레이드가 협의를 중단한 뒤 단기간 내 유사한 사업 영역으로 인가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넥스트레이드는 전달받은 자료는 일반적인 정보에 불과했다며 맞섰다.
루센트블록의 문제 제기는 논란을 ‘기득권 대 혁신 스타트업’이라는 구도로 확산됐다. 여기에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한 일부 스타트업들이 루센트블록의 주장을 공개 반박하면서 업계 내부 갈등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논쟁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고, 인가 지연이 장기화되면서 시장 전반의 불신 또한 커졌다.
지리멸렬한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토큰증권발행(STO) 산업의 ‘골든타임’만 속절없이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는 2030년 STO 시장 규모가 367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통 플랫폼 예비인가라는 첫 단추조차 꿰지 못한다면, 이 같은 전망은 공허한 수치에 그칠 뿐이다. 나아가 유통 인프라 부재로 거래 자체가 쉽지 않은 STO 스타트업들은 생존의 벼랑 끝에 내몰렸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도 성명을 통해 "공정한 절차에 따라 빠른 시장 개설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며 장외거래소 인가에 대한 조속한 결정을 촉구한 바 있다.
이번 인가 지연은 지역 금융 발전과 균형발전에도 걸림돌이다. 장외거래소는 STO 신산업에서 지역 기업이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KDX 컨소시엄에는 BNK금융그룹 등 부산 기반 금융·디지털자산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인가가 표류하면서 지역에 축적된 금융 역량은 제도 문턱에 묶인 상태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현 상황을 방치하고 있는 금융위원회에 있다. 어떤 결정을 내려도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로 판단을 미루고 있다는 성토까지 나온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금융당국이 져야 할 책무를 외면한 것이다. 나쁜 결정보다 더 나쁜 것은 결정을 미루는 일이다. 금융위는 장고 끝에 ‘악수’를 두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