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권한 이양 요구에도 행안부 ‘요지부동’… 특례 수용 두고 '진통' 겪는 행정통합법

입력 : 2026-02-10 17:06:36 수정 : 2026-02-10 17:10:38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권한 이양·특례 범위 두고 충돌
행안부 대거 불수용…핵심 조항 제동
야당 “졸속 심사 중단해야” 비판도

윤건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안건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행안위 법안소위에서는 충남·대전, 전남·광주, 경북·대구 통합특별법 심사를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윤건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 위원장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안건을 설명하고 있다. 이날 행안위 법안소위에서는 충남·대전, 전남·광주, 경북·대구 통합특별법 심사를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광역 단위 행정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관련 법안 심사가 국회에서 본격화됐지만, 지방 권한 이양과 특례 조항 수용 범위를 두고 정부와 지자체, 정치권 사이의 합의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핵심 특례 조항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유지하는 상황에서도 여권은 행정통합 법안 처리 속도를 강조하고 있어 졸속 처리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0일부터 11일까지 이틀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행정통합법 관련 법안 심사에 들어갔다. 10일 오전부터 진행된 소위에서는 광주·전남, 대전·충남, 대구·경북 등 광역 단위 행정통합을 추진 중인 지자체와 연계된 법안들을 중심으로 검토가 이어졌다.

이날 소위에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행정통합 속도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국민의힘 강승규 의원은 지역별 개별 특별법이 난립할 경우 제도적 혼선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통 원칙을 담은 행정통합 기본법을 먼저 마련한 뒤 지역별 법안을 단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연간 5조 원, 4년간 20조 원 규모로 거론되는 통합 인센티브의 재원 마련 방식과 지속 가능성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며, 행안위 단독 심사가 아니라 복수 상임위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성권 의원도 이틀간 심사만으로 법안을 처리하려는 여권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행정통합의 속도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의 삶과 직결된 만큼 아래로부터의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면서 “속도전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 권한 이양과 특례 적용 범위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각 지자체는 재정·조직·인허가 권한의 대폭 이양과 폭넓은 특례 반영을 요구했지만, 행정안전부를 포함한 중앙부처는 특혜성 논란이 있는 조항에 대해 난색을 보이며 불수용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광주·전남 특별법 특례 조항 110여 건, 대구·경북 특별법 특례 조항 90여 건에 대해 수용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개발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지방채 발행 한도 특례, 국가산업단지 지정 권한 이양 등이 대표 쟁점으로 거론됐다. 대구·경북 통합 법안에 담겼던 글로벌미래특구의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특례는 논란을 고려해 삭제하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정부가 행정통합의 핵심인 권한 이양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유지하면서 정치권에서는 통합의 실질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합을 추진하는 지역에서는 특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경우 “무늬만 통합”에 그칠 수 있다며 반발하는 모습이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등은 지난 9일 김민석 국무총리를 만나 정부가 불수용 입장을 밝힌 특례 조항의 재검토를 건의했다.

국회 차원에서도 권한 이양 폭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행안위원장은 지난 9일 입법공청회에서 정부의 분권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특별법을 대하는 정부 태도를 보면 이름만 하나로 합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며 “외교·국방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지방에 넘기는 것과 재정 지원에 대한 구체적 약속을 국민 앞에 보이고, 지방의 요구를 경청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자체 사이 이견이 큰 상황에서도 여권이 수백 개 특례가 걸린 행정통합 법안을 이틀 심사 뒤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면서 절차와 검토 기간이 충분한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통합 대상 지역에서는 빈껍데기 통합이라는 반발이 나온다”며 “중요한 국가 중대사인 행정통합을 2월 내 처리로 정하고 밀어붙이는데 부작용이 없겠나”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서범수 행안위 간사도 “날치기 심사를 중단하고 국회 차원의 광역행정통합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은 9일 경남도의회를 찾아 조속한 행정통합을 위해 주민의견 수렴 절차를 여론조사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주민투표가 아닌 대규모 여론조사로 행정통합에 대한 의사를 묻고 그 결과를 의회가 동의하자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한 김 위원장은 “부산과 경남이 2028년 행정통합을 이루겠다는데 안타깝고 걱정스럽다”라며 “2028년 행정통합은 2년아 아니라 자칫하면 20년 이상 통합이 잊힐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부산·경남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지난 1년간 활동을 거쳐 내놓은 주민투표 방식에 대해 재고를 당부했다. 그는 “주민 의사와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100% 동의하지만, 그것이 꼭 주민투표여야 하냐”라고 반문했다.

부산과 경남에서 우려하는 중앙정부 권한 이양에 대해서도 ‘선통합 후보완’ 방식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지방 소멸이 대단히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으니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받아 급한 불을 끈 뒤 필요한 재정과 권한 이양은 병행 추진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