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 시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속에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선언한 가운데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 연안에서 유조선들이 포착됐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미 해군의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급등한 유가를 진정시키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필요한 경우 미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즉시 효력을 발휘해, 미국 국제금융개발공사(DFC)에 걸프 지역을 통과하는 모든 해운, 특히 에너지 운송에 대해 정치적 위험 보험 및 보증을 매우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도록 지시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은 전 세계로의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동 전쟁 속에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나흘째 이어지는 미국의 대이란 공습과 이란의 반격으로 호르무즈해협 주변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다.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역인 호르무즈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글로벌 에너지 동맥’이다.
실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란은 4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최소 10척의 유조선이 각종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에 탔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이 전략적 요충지를 봉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의 주요 산유국들은 원유 수출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우회 수송로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안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에 맞서 미국의 군사력을 동원해 국제 에너지 수송로를 직접 방어하겠다고 나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필요한 경우’라는 전제를 붙였다는 점에서 미군이 실제 호르무즈해협에서 유조선 호송 작전에 나설 시기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국제 유가와 관련해 “잠시 유가가 조금 높을 수는 있겠지만, 이 일이 끝나자마자 유가는 내려갈 것이고, 심지어 이전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장기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동남아 각국과 호주 등 수입 석유에 의존하는 국가들은 석유 보유량이 충분하다면서 소비자와 시장을 안심시키려 애쓰고 있다.
4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크리스 보언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은 호주가 휘발유 36일분·경유 34일분·항공유 32일분을 비축하고 있으며, 이는 10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밝혔다. 태국 정부도 석유 비축량이 60일분으로 충분해 이번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직접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엑니띠 니띠탄쁘라빳 태국 재무부 장관이 밝혔다. 필리핀도 전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이 나서서 필리핀 석유 보유량이 50∼60일분에 달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