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유아기, 놀이가 곧 배움이다

입력 : 2026-03-09 16: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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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송 부산교사노조 사무국장

2020년부터 시행된 ‘놀이중심 교육과정’이 6년 차를 맞았다. 유아의 자발적 놀이 속에 배움의 본질이 있다는 취지로 도입된 이 교육과정은 한국 유아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되었다. 그러나 일부 가정의 불안은 여전하다. ‘놀이를 통해서도 충분한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유아 발달 단계에서 놀이는 단순한 여가가 아니라 성장과 학습을 이끄는 핵심 기제다. 이는 유아의 발달 특성을 이해하면 자연스럽게 설명된다.

유아기는 생애 주기 중 뇌의 신경 회로가 가장 유연하고 역동적으로 형성되는 시기다. 이 시기 아이들은 누군가 시켜서 하는 학습보다 스스로 흥미를 느껴 몰입할 때 가장 크게 발달한다. 이러한 자발적 몰입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 바로 놀이다. 예를 들어, 역할놀이를 하며 상황에 적합한 어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언어 능력이 확장되고 블록이나 모래를 쌓고 무너뜨리는 구성 놀이를 통해 수리적, 공간적 감각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또래와 놀이 규칙을 조율하며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는 감정을 다루는 방법과 타인을 이해하는 능력이 함께 자란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놀이처럼 보이지만, 이 안에는 탐구력과 사회성, 창의성 등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놀이를 학습과 별개로 여긴다. ‘잘 노는 것’보단 글자를 빨리 익히고 수를 정확히 세는 가시적인 모습에 안도하곤 한다. 하지만 유아기 배움의 본질은 지식의 양이 아니라 놀이 속에서 형성되는 태도에 있다.

유아기 때는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며 끝까지 해보려는 태도가 중요한 성장의 요소다. 이는 자발적인 놀이 속에서 가장 건강하게 형성된다. 선택하고 실패하며 다시 도전하는 일련의 경험은 아이가 문제 해결력과 자기조절 능력을 내면화하는 실질적인 과정이 된다. 즉, 놀이에 깊이 몰입하며 형성된 이러한 태도는 이후 생애 전반의 학습을 지탱하는 토대가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아기 교육은 앞서가게 하기보다 충분히 탐색하고 시도할 시간을 보장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배움은 설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아이가 직접 몸으로 겪으며 탐색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조급함을 내려놓고 놀이의 시간을 온전히 지켜주는 것, 그것이 아이의 첫 사회생활을 건강하게 시작함과 동시에 학습 태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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