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 유괴미수범' 7개월만에 2명 불구속송치…1명은 무혐의

입력 : 2026-03-16 18: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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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을 납치하려 한 20대 남성이 2025년 9월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을 납치하려 한 20대 남성이 2025년 9월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범정부 차원의 등하굣길 안전 대책과 대통령의 신속 수사 지시를 끌어냈던 '서대문 초등생 유괴미수 사건' 피의자들을 사건 발생 7개월 만에 검찰에 넘겼다.

16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미성년자 유인미수 혐의로 20대 남성 2명을 이날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함께 붙잡혔던 또 다른 20대 남성은 가담 정도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해 무혐의 처분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아동학대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서울경찰청에 법리 검토를 의뢰했지만, 적용이 어렵다는 회신을 받고 이번 수사를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28일 오후 3시 30분께부터 3차례에 걸쳐 홍은동 한 초등학교와 주차장 부근에서 "귀엽다.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초등학생들을 유괴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 아동들이 모두 현장을 벗어나면서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당시 경찰은 최초 신고를 받고도 인근 CCTV를 일부만 확인한 뒤 '오인 신고'라며 묵살했다. 그러나 인근 초등학교에서 유괴 주의 가정통신문이 배부되고 지역 '맘카페'에서 불안 여론이 확산하며 추가 신고가 이어졌다. 경찰은 뒤늦게 CCTV를 재확인하고 3명을 긴급체포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전날 술을 마신 뒤 만나 점심으로 짬뽕을 먹은 후 장난을 쳤다고 진술했다. 피의자들은 20대 초반으로 중학생 때부터 친구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중 A 씨와 B 씨는 대학생, C 씨는 자영업자였으며, A 씨의 아버지 소유 차량을 타고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을 납치하려 한 20대 남성이 2025년 9월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서 아동을 납치하려 한 20대 남성이 2025년 9월 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중 한 명이 한 피해자를 보고 "귀엽게 생겼다. 장난 한번 칠까"라고 말했고, 이에 즉석에서 범행을 계획했지만 실제 차량에 태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중 가담 정도가 중한 A 씨와 B 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는데, 뒷좌석에 탄 C 씨의 경우 "잘못되면 중대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친구들을 제지한 점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는 않았다. 법원은 "혐의 사실과 고의성 등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고, 이후 경찰은 피의자들의 태블릿PC와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관계자를 추가 조사하는 등 보강수사를 벌였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추가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편, 사건 이후 전국에서 유사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며 국민적 불안감이 증폭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9월 어린이 약취·유인 사건에 대한 신속 수사와 대책 수립을 지시했다. 11월에는 행정안전부·경찰청·교육부·보건복지부가 범정부 등하굣길 안전확보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적극적인 구속영장 신청, 아동학대 혐의 적용, 범죄자 신상공개 등 엄정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반년이 넘도록 피의자들에 대한 처분을 결정하지 않아 늑장 수사 논란이 추가로 일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이달 초 아동학대 혐의에 대한 서울청의 지침을 기다리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해명했다.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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