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3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24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보유국 지위를 거듭 강조하고 대남·대외 강경 기조를 재확인했다. 남측의 유화적 접근에도 불구하고 적대적 메시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긴장 국면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불퇴로 계속 공고히 다지며 적대세력들의 온갖 반공화국 도발 책동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대적투쟁을 공세적으로 벌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 억제력을 중심으로 한 대외 전략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강경한 대남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한국을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공인하고 가장 명백한 언사와 행동으로 철저히 배척하고 무시하면서 다루어나가며 우리 공화국을 건드리는 한국의 행위에 대해서는 추호의 고려나 사소한 주춤도 없이 무자비하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의 대남 적대 기조를 한층 노골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명시하는 헌법 개정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향한 비판 수위를 유지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미국이 세계도처에서 국가테러와 침략행위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동 정세 등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어 “국가의 존엄도 국익도 최후의 승리도 오직 최강의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며 “적수들이 대결을 선택하든, 평화적 공존을 선택하든 그것은 그들이 택할 몫이고 우리는 그 어떤 선택에도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또 “자위적 핵억제력을 더욱 확대진화시키며 공화국 핵무력의 신속정확한 대응태세를 만반으로 갖추어 국가와 지역 안전의 전략적 위협들을 철통같이 관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설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북미 간 직접 충돌 수위를 조절하면서도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메시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외교 노선과 관련해서는 변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지난 시기의 낡은 기준, 낡은 자대에 맞추어졌던 외교관행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격과 국위에 상응한 외교전술과 대외활동 방식을 구사하여야 한다”고 밝히며 보다 공세적인 외교 행보를 예고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입장을 내고 “정부는 적대적 언사가 지속되는 것은 평화 공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반도에서 남북 모두의 안정과 번영을 담보할 수 있는 길은 적대와 대결이 아닌, 대화와 협력을 통한 평화 공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긴 시야를 갖고서 한반도 평화 공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