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지난 23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삭발을 단행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입장을 바꿨다며 비판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외면 속에 법안 발의 이후 약 2년간 논의가 지체됐던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하 부산 글로벌법)이 최근 국회에서 본격 논의되며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전날 국회에서 삭발 투쟁에 나서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고, 민주당 전재수 의원도 당 지도부를 만나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동안 법안 통과에 소극적이던 민주당이 전향적으로 처리에 나서면서 지역에서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다만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민주당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장을 바꾼 것이라고 평가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그동안 안정을 추구해왔던 박 시장이 삭발이라는 초강수를 둔 데 대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온건 보수로 분류돼 온 박 시장이 법안 통과를 위해 삭발에 나서는 등 투사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쟁 구도를 감안해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위한 변신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년간 국회에서 사실상 논의가 멈춰 있던 부산 글로벌법이 최근 급물살을 타는 데에는 박 시장의 강경 행보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전남·광주 행정통합 특별법에 이어 전북 특별법과 강원 특별법까지 잇따라 처리한 상황에서 부산 글로벌법까지 지연될 경우 ‘지역 홀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부담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 글로벌법을 지역에 선물처럼 활용하는 방안을 고심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박 시장이 삭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부산시장을 탈환해야 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 글로벌법은 2024년 5월 발의 이후 오랜 기간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여러 차례 회부됐지만 번번이 논의가 뒤로 밀리면서 실질적인 법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별법 촉구 서명 운동에는 160만 명이 동참했고, 박 시장은 부산 글로벌법 통과를 요구하며 2024년 11월 국회를 찾아 2박 3일간 천막농성을 벌였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후 민주당이 전남·광주 행정통합법에 이어 강원·제주·전북 특별자치도 관련 이른바 ‘3특법’을 추진하면서 앞서 발의된 부산 글로벌법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법안이 실제 처리 수순에 들어간 데 대해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다만 처리 과정과 성과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이어지는 모습이다.
박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부산 글로벌법이 오늘 드디어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돼 심사하게 됐다”며 “법안이 발의된 지 2년, 그것도 제가 어제 국회에서 삭발까지 결행하고서야 마침내 부산 시민의 염원이 결실을 맺을 수 있게 됐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그동안 법안 처리를 의도적으로 미뤄오다 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가져가려 한다고 보고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박 시장과 국민의힘 부산 지역 의원들은 그동안 수차례 부산 글로벌법 처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절했고, 전 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했다”며 “전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자 민주당이 특별법 통과의 공을 몰아주려 하고 있다. 그동안 법을 가로막았던 민주당과 이에 동조한 전 의원이 이제 와서 성과를 주장하는 것은 시민을 기망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부산시장에 출마한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서 “전재수 의원이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를 잠시 면담하더니 부산 글로벌허브특별법을 행안위 소위에 상정했다”며 “이 쉬운 것을 2년 동안 안 하고, 부산시민의 삶을 볼모로 잡았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부산 글로벌법을 둘러싸고 ‘누가 성과를 가져가느냐’를 두고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시장과 국민의힘은 삭발 투쟁을 통해 법안 추진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고,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정책 실행력을 부각하려는 모습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