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섭 하이트진로 대표. 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의 해외사업 핵심 거점인 미국과 일본법인의 사업 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14년 만에 지휘봉을 잡은 장인섭 대표의 해외 사업 경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의 미국 현지법인인 진로 아메리카(Jinro America Inc.)는 지난해 매출 582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7%나 감소한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수익성이다. 같은 기간 진로 아메리카는 23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일본 시장도 마찬가지다. 하이트진로의 일본 현지법인(Jinro Inc.)의 지난해 매출은 587억 원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특히 일본 현지법인의 당기순이익은 24억 원에 그쳤는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95.9% 급감한 금액이다.
미국과 일본 시장은 하이트진로가 각각 1986년, 1988년 일찌감치 법인을 설립하고 공을 들여온 전략 요충지다. 하지만 최근 미국과 일본에서도 헬시플레저·소버 큐리어스 등 트렌드로 주류 시장 소비가 위축되면서 실적이 악화됐다는 게 하이트진로의 설명이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 해상 물류비 증가, 인건비·창고 임대료 등 제반 비용, 관세 등이 수익성에 영향을 줬다.
실적 부진의 파고 속에서 14년 만에 새롭게 수장에 오른 하이트진로 장인섭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하이트진로의 전체 매출의 90% 이상은 국내에 집중돼 있는데, 현재 국내 시장은 음주 문화 변화로 주류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하이트진로 소주 수출 제품. 하이트진로 제공.
또 미국과 일본 시장은 하이트진로 해외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곳에서의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 전체의 해외사업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해외 시장에서의 가시적인 성과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장 대표 역시 취임 직후부터 해외 사업 성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해 왔다.
장 대표는 지난달 26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통해 내부 효율성 향상과 핵심 사업 경쟁력 제고는 물론 글로벌 시장과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또 다른 성장 가능성을 찾아 새로운 사업으로 육성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쌓아온 브랜드 신뢰와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해 해외에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대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 최근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유가가 요동치면서 물류비 상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현재 해외에 별도 생산공장이 없고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현지에 짓고 있는 생산공장도 올해 말에나 가동될 예정이다.
하이트진로는 어려운 시장 환경이지만 올해 마케팅 투자를 통한 현지 유통망 확장 및 판매 채널 강화를 통해 실적을 반등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미국 현지법인은 향후 유통망 강화, 비용 효율화 및 시장 점유율 확대를 통해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일본 시장에서는 올해 대대적인 광고와 프로모션, 소비자 접접 강화 활동을 통해 매출,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peter90@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