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동전쟁 벼랑 끝 휴전… 호르무즈 외교전 잘 대비해야

입력 : 2026-04-09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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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세 등 안심 일러… 종전까지 험로 전망
해협 수송로 관리 새 국제 질서 적극 참여를

오만 무산담 주와 접경한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로이터연합뉴스 오만 무산담 주와 접경한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로이터연합뉴스

‘석기시대 최후통첩’ 시한 직전인 8일 오전 미국과 이란이 전격 휴전에 합의함으로써 전 세계는 중동 위기에서 한숨 돌리게 됐다. 파국으로 치닫던 이란 사태는 일단 공격을 멈추고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한 뒤, 2주간 협상 수순에 돌입했다. 극적인 휴전 소식에 유가는 폭락하고 주가는 폭등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미국이 원유 수송로의 완전한 자유 통행을 조건으로 못 박았지만, 이란은 통제권을 주장하고 있어서이다. 휴전이 종전으로 가는 입구일 수도 있지만, 더 큰 충돌의 전조가 될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고립된 우리 유조선·선원의 귀환과 함께 해협을 둘러싼 새로운 질서 참여 등 모든 상황에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미국·이란 협상은 난항이 불가피하다. 핵 개발 권리 인정, 경제 제재 완화, 전쟁 배상, 상호 불가침, 해협 통제권 등 이란은 미국이 쉽사리 수용하지 않을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번 휴전 합의는 커지는 정치·군사적 리스크에 대한 미국의 부담감, 경제난과 군사적 대응의 한계에 내몰린 이란의 고육지책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한국은 일시적으로나마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는 상황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페르시아만에서 38일째 발이 묶인 우리 선박 26척, 선원 173명의 안전한 귀환이 최우선 과제다. 또 중동산 원유의 공급망 회복이 국내 에너지 수급 개선으로 이어지게끔 민관이 함께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뚫리더라도 이란이 터무니없는 통행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 영해를 공유하는 오만을 끌어들여 공동 관리 기구 형태로 통제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좁은 해협에 에너지 수송을 의존하는 한중일과 유럽 국가를 일일이 거론하며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뒤로 빠진 상태다. 한국과 프랑스, 영국 등 40여 개국은 글로벌 협의체 성격의 채널을 구축해 대응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자유무역 체제의 근간이었던 ‘자유항행’의 원칙은 미국의 군사력에 의해 지탱됐으나 처음으로 미국이 빠진 새로운 질서가 부상할 조짐이다. 미국의 부재를 전제로 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휴전 합의는 불확실성 해소와 거리가 멀다. 전쟁 당사자들의 필요로 강 대 강 대결이 일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애초 미국이 침공의 이유로 제시한 핵 개발 무력화·레짐 체인지(정권 교체) 목표는 달성됐다고 보기 힘들다. 반면 에너지 수송로가 인질로 잡히며 전 세계 공급망에 초래된 새로운 위기가 골칫거리로 남았다. 휴전으로 잠시 말미를 얻었을 뿐 긴장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게다가 에너지 공급망을 둘러싼 새로운 질서 경쟁까지 시작되고 있다. 한국은 수동적 관찰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해협 질서 설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 전략을 근본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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