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글로벌특별법 선거철 정쟁 대상 되어 또 표류하나

입력 : 2026-04-09 0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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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대구·경북 형평성 거론 부정적
정치 셈법 대상 다룬다면 지역 반발 직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이 박상용 검사 위증죄 고발의 건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이 박상용 검사 위증죄 고발의 건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 다시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일 여야정 민생경제협의체 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글로벌특별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장 대표는 “글로벌특별법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고 잘 진행되다가 대통령께서 ‘이 법이야말로 대표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한말씀하셔서 속도를 못 내고 멈춰 있다”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회의에서 장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가 글로벌특별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지만, 이 대통령은 “TK는요?”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대구·경북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며 글로벌특별법 제정에 부정적인 의중을 내비친 셈이다.

여권은 대통령이 법안에 반대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지만, 부산 지역 입장에서는 답답함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무회의에서도 글로벌특별법을 ‘포퓰리즘적’ 입법 사례로 거론한 바 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리에 급물살을 타다가 제동이 걸렸고, 대통령의 발언 이후 민주당 지도부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도 공식적 언급을 꺼려왔다. 법사위는 8일 전체 회의를 열었지만, 글로벌특별법을 상정하지 않았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담당한 박상용 검사의 직무 정지 조치를 두고 치열한 공방만 벌였다. 글로벌특별법이 여야 정쟁 속에 다시 묻히고 만 것이다.

글로벌특별법 처리 지연을 대구시장 선거와 연관 짓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민주당은 전남·광주 행정통합법은 통과시키고 TK 행정통합법에 제동을 걸어 지역 반발을 키운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법만 통과시킨다면 부산만 챙긴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민주당이 공을 들여온 대구 민심에 악재로 작용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와 김부겸 후보의 인지도를 앞세워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후 첫 대구시장 배출을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부산 글로벌특별법을 대구시장 선거 정쟁 대상으로 삼는 것은 기가 찰 노릇이다.

글로벌특별법은 부산을 물류·금융·디지털 첨단산업의 국제 허브로 조성하기 위해 특구를 지정하고 특례를 부여하는 법안이다. 여야 합의로 2024년 5월 발의됐지만, 2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에는 행안위 전체회의까진 통과했지만, 법사위와 청와대의 ‘딴지’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법안이 폐기와 재발의를 거듭하며 공전하는 모습에 넌더리가 난 지역민들의 분노는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여당과 청와대는 글로벌특별법이 부산만을 위한 법이 아니라 동남권의 성장축이자 국토 균형발전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한다. 정치 셈법에 따른 거래 대상으로만 다룬다면 지역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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