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빌딩 전경. 한화그룹 제공
한화솔루션의 기습적인 대규모 유상증자를 놓고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회사는 재무 안정과 미래 투자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하지만 주주들은 경영 실패 책임을 주주에게 전가한 것이고 주주들을 ATM기로 취급한 것이라며 향후 임시주총 등 집단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9일 한화솔루션 소액주주 연대 대표인 천경득 변호사는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해명에 대해 “말이 되지 않는다. 대충 무마하고 넘어가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6일 약 2조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이 가운데 약 1조 5000억 원은 채무 상환에 쓰고 나머지는 태양광 기술 개발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유상증자 계획이 알려진 직후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는 20% 이상 급락했고 주주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한화솔루션 측은 “최근 수년간 대규모 투자와 태양광·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겹치면서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주요 재무지표가 빠르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신용평가에서 등급이 하락할 경우 차입 비용 증가와 재무 제약으로 회사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주들은 경영진이 먼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천 변호사는 “재무구조가 당장 어려워 급하다고 하는데 그동안 시간이 있을 때는 어떤 대응을 한 것이냐”며 비핵심 자산부터 처분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핵심 자산으로 본업과 업무연관성이 낮음에도 지분 49.57%를 보유하고 있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지배구조 등의 문제로 이런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주주들을 ATM기로 취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절차적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24일 주주총회 이틀 만에 유상증자 안건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주주들은 주총에서 새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충분한 검토 없이 중대 안건을 처리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솔루션 측은 “사전에 충분한 검토가 있었고 새 사외이사들도 후보자 신분으로 설명회에 참석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천 변호사는 “사외이사 후보자들은 외부인인데 사전에 미공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자체도 문제”라면서 “오랫동안 고민한 사안이었다면 주주총회 전에 공시하고 주주들과 소통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주주들은 온라인 게시판 등을 통해 회사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고 있다. 1억 원 이상을 투자한 한 주주는 “밤낮없이 일하면서 사는 서민 재산을 경영진이 이렇게 강탈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주주들도 “무능한 경영진은 모두 사퇴하고 사과하라”, “미국이었다면 경영진이 쫓겨날 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주주들은 또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경영 악화 속에서도 한화솔루션에서 각각 50억 원과 27억 원의 보수를 받은 점도 문제 삼았다.
주주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한 자금 조달이 아니라 시장 신뢰의 문제로 보고 있다. 한 주주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 문제”라며 “오너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결정이든 일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인식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유상증자에 반발한 주주들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통해 3% 이상의 결집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주주명부 열람등사(열람복사) 청구와 함께 임시주주총회 소집 추진에 나섰다.
박동해 기자 easts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