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왼쪽) 부산시장과 주진우 의원이 연일 민주당 부산시장 유력 주자인 전재수 의원을 집중 난타하고 있지만, 전 의원은 거의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김종진 이재찬 기자kjj1761@
‘국민의힘은 때리는데, 민주당은 무반응’.
6·3 부산시장 선거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보수 우위 지형인 부산에서 과거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국민의힘은 ‘수성’에 공을 들였고, ‘추격자’인 더불어민주당은 공격에 매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주진우 의원 등 국민의힘 후보들을 비롯해 중앙당까지 민주당 유력 주자인 전재수 의원을 집중 난타하고 있지만, 전 의원이나 민주당은 거의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선거 지형 자체가 180도 달라지면서 양측의 전략도 뒤바뀐 셈이다.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경선 투표 첫날인 9일 박 시장과 주 의원의 핵심 메시지는 역시 ‘NO, 전재수’였다. 박 시장은 자신의 성과로 자부하는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에 대해 전 의원이 침묵하며 이재명 대통령 눈치만 본다고 재차 포문을 열었다. 박 시장 캠프는 이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전 의원이 성과 앞에서는 뛰어들고, 난관 앞에서는 비켜선다”고 비판했다.
앞서 전 의원은 지난 8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산 글로벌법에 대해 “지금 한병도 원내대표,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 등과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며 “조율된 입장이 나오면 누구든 발표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 측은 전 의원의 이 같은 입장이 ‘전형적인 회피 문법’이라고 규정하면서 “이견이 전혀 없는 법안이고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하더니 48시간 만에 ‘조율하고 있다’로 말이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주 의원 역시 자신의 강점인 SNS를 통해 ‘전재수 저격’을 이어갔다. 부산지법은 지난 8일 이른바 ‘부산판 블랙리스트’ 사건 피해자들이 오거돈 전 시장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자 주 의원은 “2018년 부산이 민주당에 넘어간 순간, 부산이 멈춰섰다. 권력은 사유화됐고 법과 원칙은 무너졌다”며 ‘오거돈재수’라는 신조어를 거론했다. 그는 “통일교 뇌물 사건으로 야당 의원은 즉각 구속, 전재수 의원은 8개월째 비호 중이다. 명백한 법왜곡죄이며 전 의원도 결국 오거돈과 같은 운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후보는 경선이 시작된 이후 거의 매일 SNS, 유튜브 쇼츠 등을 만들어 전 의원의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부산 글로벌법’ 지연 책임론, 출판기념회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 등을 공격하고 있고, 국민의힘 중앙당 역시 장동혁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가 수시로 전 의원의 도덕성 문제를 때리면서 후방 지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두 후보의 이런 행보는 보수 결집을 통해 9~10일 이틀간 진행되는 여론조사에서 ‘당심’을 얻기 위함인 동시에 경선 이후 선거 국면을 ‘리스크 대결’로 전환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하지만 전 의원은 연일 이어지는 공세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 의원 측이 개설한 SNS 언론공보방에는 전 의원의 일정과 공약 발표 외에 야당의 공세에 대한 대응은 전무하다. 사실상 무시 전략이다. 메시지 자체도 하루 1~2건이 고작이다. 유력 후보 치고는 이례적인 행보인데, 논쟁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극도의 수성 전략으로 풀이된다.
야당 후보들이 제기하는 이슈를 반박할수록 해당 이슈가 더욱 부각되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전 의원 측 인사는 “우리라고 할 말이 없고, 야당 후보 두 사람에 대한 공격거리가 없겠느냐”면서 “다만 국민의힘이 만들려는 진흙탕 싸움의 링에 끌려가는 건 저쪽이 가장 바라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 거리를 둘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후보의 이런 모습은 과거와는 정반대다. 역대 부산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이 토론회에 응하지 않거나, 언론 노출을 꺼리는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부자 몸조심’ 전략으로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일단 전 의원의 수성 전략은 실효를 발휘하는 양상이다. 야당의 집중 공세에도 전 의원의 지지율은 연초 대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 의원 역시 전날 <부산일보>와 인터뷰에서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이 계속 뒤처지고 있고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상대방을 헐뜯고 공격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을 텐데 그럴수록 전재수는 더 강해지고 부산시민들은 더 똑똑해진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내주 시작되는 본선부터는 여야 후보가 직접적으로 부딪히기 때문에 상대 후보의 약점을 둘러싼 공방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과거와는 완전히 바뀐 여야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낀다”면서 “여야 두 후보에게 모든 포커스가 맞춰지는 본선 국면에서는 양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