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표 사장은 농업과 농어업인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다. 그는 “농업이 고령 농민들이나 하는 낙후된 산업이라고 생각하고 농촌은 늙은이들만 모여 있는 곳이라며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우리가 늘 먹어야 하는 농산물을 생산하는 그 사람들을 무시한다면 좋은 것이 뭐가 있나”라고 말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홍문표 사장을 만났다. 충남 홍성 국회의원 출신으로, 농해수위에서 대부분 경력을 쌓아 농업·농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다.
aT는 농식품부 소속 공공기관이다. 우리나라 K푸드 해외수출을 지원하며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식량 위기에 대비해 농산물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도록 비축기지를 운영한다.
그는 먼저 K푸드 ‘식품영토’를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 사장은 “과거엔 K푸드를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며 애를 썼다고 한다면, 이제는 바이어들이 먼저 찾아오고, 한국음식을 즐기는 것 자체가 문화이자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aT는 오는 22일 미국 휴스턴에 지사를 설립한다. 뉴욕 LA에 이어 세 번째로, 미국 남부지역에 K푸드를 확산하기 위한 거점이다. 홍 사장은 “한인마트 중심으로 유통되던 K푸드가 이제는 글로벌 대형 유통망 주요 매대를 차지한다. 식품박람회에서도 수출 상담과 계약액이 크게 늘고 있다”며 “반도체가 한국의 핵심 산업이듯, K푸드도 전 세계인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 되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K푸드 중 수산식품 증가세도 놀랍다고 밝혔다. 홍 사장은 “작년 11억 달러를 수출한 김은 미국과 유럽에서 치즈 바베큐 등 시즈닝을 가미한 씨위드 스낵으로 일상 간식이 됐다”며 “광어는 한국이 세계 최대 생산국으로, 작년 6000만 달러를 수출했다”고 말했다. aT는 수산식품기업을 위해 수출바우처 사업도 진행한다. 부산의 은하수산의 경우 업계 최초로 자동화 활어 필렛 설비를 도입했는데, 바우처를 활용해 시장 조사부터 바이어 상담까지 진행한 결과 수출이 235만 달러까지 늘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 농업은 이상기후의 영향을 그대로 받고 있다. 홍 사장은 “우리는 농촌에서 생산된 것은 돈만 주면 아무 때나 사먹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기후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면 돈이 있어도 못 사먹는 시대가 온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작물이 배추다. 여름엔 고랭지에 배추를 심지만 기후변화로 고랭지도 점점 줄고 있다. 홍 사장은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배추 신품종 ‘하라듀’ 재배 적합지역을 aT에서 발굴해 지난해 여름 300t을 생산했다. 올해는 1000t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추가격이 올랐다고 ‘금배추’라는 표현은 말아달라고 했다. 홍 사장은 “농산물은 플라스틱처럼 찍어내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땀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데 태풍이나 장마로 가격이 올라갔다고 그런 표현을 쓰면 농민들은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네덜란드 같은 농업선진국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와 aT는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 도매시장을 개설했다. 홍 사장은 “농산물 유통의 가장 큰 문제는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5~6단계를 거치면서 비용이 쌓이는 구조인데, 온라인 도매시장은 유통단계를 1~3단계로 축소했다”며 “오프라인 시장을 완전 대체하기보다는 유통경로 다변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농어촌 농어민이다. 그들이 생산을 안 하면 우리가 밥상을 어떻게 차리겠나”며 “우리가 제일 존경해야 하는 사람이 농어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