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동환(49)이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지난달 26일 오전 부산 부산진경찰서에서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달 부산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기장 살해사건(부산일보 3월 19일 자 1·2면 등 보도)을 계기로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 위한 법 개정이 속도를 낸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항공전문의의 조종사 의료기록 정보 조회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항공사마다 제각각인 조종사 정신건강 프로그램의 편차를 줄이기 위한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전문의에 조종사의 정신질환 이력 확인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항공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에 찬성 취지의 보완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고 21일 밝혔다.
국토부 항공자격국제협력팀 관계자는 “안전과 직결된 조종사 정신건강을 보다 면밀히 관리해 항공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관련 목적 외에 개인정보 사용 시 항공전문의 지정 취소 등 관련 행정처분을 강화하는 내용의 보완 의견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항공전문의가 조종사의 정신질환 여부를 포함한 개인 의료기록 전반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의원 등 10명이 공동 발의했으나 인권 침해 논란 등으로 처리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지난달 기장 살해 사건 후 본보 보도 등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 체계 정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조종사 등 항공 종사자들은 지정 의료기관에서 항공전문의에게 6개월~1년 주기로 신체·정신 건강 상태를 평가받는 항공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행 제도에서는 검사 과정에서 의사가 수검자들의 과거 의료기록에 접근할 수 없다. 자체 문진표에 의존하는 구조상 수검자가 정신 질환 등 병력을 숨길 경우 이상 징후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감사원이 지난달 발표한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신체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조종사 1만 1332명 중 62명은 정신질환 진료 이력을 문진표에 알리지 않은 채 총 1만 2097회를 운항했다. 1인당 평균 195회 꼴이다.
국토부는 항공사마다 다르게 운영 중인 조종사 대상 정신건강·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점검해 미흡한 부분은 보완을 유도하는 등 편차를 줄일 방침이다. 현재 조종사 정신건강 관리는 항공사 자율에 맡겨져 있고, 이를 통합 관리하는 체계는 없는 상태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