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단 한 번뿐인 오늘! 행복하자”

입력 : 2026-05-10 09:00: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공지영
10년 전 큰 인기 얻은 책, 두 번째 이야기
서른을 훌쩍 넘긴 딸에게 쓴 12개 편지글
인생 힘든 시기 건너는 이에게 보낸 응원
솔직한 인생 고백, 고통에서 얻은 깨달음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공지영 작가의 모습. 박정애 제공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 공지영 작가의 모습. 박정애 제공

8년 전 도시를 떠나 산골로 들어간 공지영 작가의 모습. 박정애 제공 8년 전 도시를 떠나 산골로 들어간 공지영 작가의 모습. 박정애 제공

이번 주 톱기사로 쓸 책은 긴 고민 없이 선택했다. 10년 전 150만 독자에게 위로와 힘을 주었고, 10년 만에 드디어 두 번째 이야기가 출간됐다. 공지영 작가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 2>가 바로 그 책이다.

명실공히 대한민국 독자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한 사람이며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품을 썼지만, 공 작가의 이 에세이는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는 책이다. 10년 전 스무 살을 앞둔 딸에게 쓴 편지 형식으로 구성된 책은 당시 힘들게 인생의 한때를 지나가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응원이자 지지였다. 굳이 연령대를 따지지 않고 삶에 대한 고민이 가득한 사람이면 공 작가의 글에 공감할 수 있었다. 심지어 작가조차 머리글에서 “신비롭게도 나 역시 힘겹고 슬플 때 이 책을 꺼내면 기운이 나는 묘한 체험을 가끔 했다”라고 고백할 정도이다.

공 작가의 그 딸은 이제 삼십 대 중반이 되었고, 공 작가 역시 중년에서 노년의 나이로 접어들었다. 8년 전 도시를 떠나 산골로 들어갔고, 혼자만의 산골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달라진 세월만큼 이번 책에선 확장된 작가의 사유를 온전하게 담아냈고, 인생을 조금은 더 채도 낮은 빛깔로 바라볼 줄 아는 나이가 됐다고 스스로 밝힌다.

1권에 이어 이 책도 삼십 대 중반이 된 딸에게 보내는 12개의 편지를 담고 있다. 공 작가는 “30대에는 모든 아는 것들이 모르는 것으로 변해버리고, 가진 것도 없는 채로 기성세대가 되어버리는 듯 두려웠다”라고 말한다. 관계는 더 복잡해지고, 선택의 책임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되며, 한 때 단단하다고 믿었던 기준들이 하나둘 흔들리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표현한다.

책은 딸에게 어떻게 살라는 식의 조언이나 잘하고 있다는 칭찬의 말이 없다. 그럴듯한 격려사나 응원 문구조차 없다. 유명한 스타 작가이자 오피니언 리더로 꼽히는 공 작가가 인생에서 어떤 실패를 했고 후회하며 부끄러웠던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혼 후 생계가 어려워 아이 기저귀, 분윳값을 벌기 위해 글을 써야 했던 상황까지 나온다.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키웠던 아버지와 치열하게 대립했던 대학 시절, 3명의 자식을 살뜰하게 챙기지 못해 상처를 주었던 순간까지 말한다. 공 작가의 이 같은 고백은 묘한 안도감과 더불어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만든다.

작가는 삶의 고통을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통과해야 할 과정으로 바라본다. “고통은 블랙홀과 같아서 모든 것을 빨아들인다”라는 말에서 우리가 얼마나 쉽게 고통에 잠식되는 존재인지 깨닫게 하고 그 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거리두기를 알려준다. 심지어 자식과 부모 역시 거리두기를 꼭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 작가도 자식에게 시골에 한 번 내려오라는 말을 하지 않으며, 연휴나 명절에 자신을 위한 여행을 가겠다는 딸에게 쿨하게 “잘 놀고 오라”는 말을 전한다.

세상에서 난관에 봉착할 때, 누군가와 갈등하며 맞서야 할 때, 마음이 몹시 괴로울 때 외우는 마법의 주문도 알려 준다. 위대한 스승에 관한 책에서 발견한 이 주문은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이다. “이건 백 퍼 맞아”라는 생각이 들 때도 힘겹게 틈을 내어 3퍼센트의 공간을 열어 놓고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아는 것이 아주 중요한 삶의 지혜이다.

엄마인 공 작가도 딸도 말하지 않지만, 아픈 기억들이 있다. 그 기억을 축소하거나 왜곡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며 없어지지 않는다. 다만 생은 지속되고 우리는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인생의 도화지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히 주어지는 시간이라는 방법이 있다. 시간이 새로운 여백을 날마다 만들어냈고, 도화지를 더 넓게 만들어주었다는 이야기. 그래서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행간 속 메시지가 보인다.

편지의 마지막은 늘 똑같은 문장으로 끝난다. “이 우주에서 단 한 번밖에 없는 오늘이 가고 있구나. 그러니 오늘도 꼭 행복하자”.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행복해졌고, 내일은 조금 더 나아갈 것 같다. 공지영 지음/해냄출판사/304쪽/1만 9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