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이 조직을 구성해 거액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 피싱) 피해액을 세탁한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창원지방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환)는 지난 7일 통신사기피해환급법 등 위반 혐의로 30대 A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대구경찰청 소속 경찰관인 A 씨는 자금세탁 조직 총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를 비롯한 조직원들은 2024년 12월 보이스 피싱 조직원에게 속은 피해자가 입금한 돈을 현금으로 찾아 다른 환전 조직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각자 역할을 맡은 혐의를 받는다. 허위 사업자로 등록한 다음 계좌로 명품 의류 거래를 가장한 사기 피해금을 받고 찾은 혐의도 받는다.
재판에서 A 씨 조직 편취 피해금은 5억여 원, 은닉 범죄수익 규모는 13억여 원이 인정됐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이번 재판에서 확인된 피해 규모가 실제 10분의 1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보이스 피싱 등 사기 범죄 조직은 중국 등 외국에 거점을 두고 전화상담실을 운영한다. 범행 전반을 총괄하는 총책, 피해자를 직접 속이는 유인책, 대포 통장 공급책, 범죄수익금 세탁책 등 역할이 모두 나뉘어져 점조직으로 운영된다.
A 씨 조직은 범죄수익금을 세탁하는 역할이었다. 허위 사업체 계좌로 불법 자금을 받아 현금으로 찾아 다른 조직에 전달하는 역할이다.
A 씨는 재판에서 2024년 10월 환전 조직에 가담한 초등학교 친구 B 씨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자금세탁 범행을 의뢰받았다고 진술했다. 3~4% 수수료를 지급하고, 세탁 업무 중 검거된 조직원 변호사 비용도 지급한다는 조건이었다.
앞서 검찰 등 수사기관은 A 씨가 도박 빚을 갚으려고 지역 선후배와 함께 조직을 결성했다고 판단했다. 조직원 검거에 대비해 미리 대본을 짜 공유한 정황도 확인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는 현직 경찰관인 A 씨가 공범 수배 정보를 유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번 재판에서 인정된 혐의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셈이다.
김 부장판사는 “A 씨가 범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고 피해 복구에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았다”면서도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상선 검거에 이바지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A 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B 씨는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김 부장판사는 “환전 조직 관리책으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도 전혀 설득력 없는 주장으로 범행을 부인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