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올해 공군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떨어지면 기다렸다가 다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의무복무인데 재수를 각오하는 것이다. 이 한마디가 오늘날 군 복무 환경의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공군 선호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복무 기간이 다른 군보다 긴데도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휴가와 외출이 비교적 자유롭고 격오지 근무가 적다. 또한 부대마다 독서실이 갖춰져 있어 복무 기간 중 수능을 준비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청년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월급 인상으로 복무 기간이 긴 것이 오히려 목돈 마련에 유리하다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공군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병무청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부터 공군 일반병 선발 방식을 점수제에서 무작위 추첨제로 전환했다. 자격증과 면접 점수로 줄을 세우던 방식을 없앤 것이다. 선발 방식의 변화는 과도한 스펙 경쟁을 줄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문제를 근복적으로 해결하기에는 부족하다. 추첨으로 어느 군에 배치되느냐에 따라 복무 기간의 질이 달라지는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공군 쏠림이 지속되면 육군과 해군의 병력 충원에 어려움이 생기고 군 인력 운용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발 방식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복무 환경의 균등화를 함께 추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 군의 임무와 성격이 다른 이상 모든 것을 똑같이 맞출 수는 없다. 그러나 독서실과 개인 학습 시간의 보장 같은 기본적인 자기계발 환경만큼은 군종에 관계없이 갖춰져야 한다. 어디에 배치되든 청년들이 동등한 환경에서 복무할 수 있도록 국방부가 나서야 할 때이다. 박기훈·부산 동래구 낙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