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과 퇴근 후에 따로 공부한 노하우라서요. 회사에 공유는 힘들 것 같습니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리멤버’에 올라온 사연이 화제를 모았다. 마케팅 회사의 팀장이 인공지능(AI)을 잘 다루는 막내 팀원에게 프롬프트(AI에게 입력하는 지시문) 공유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했다는 내용이다. 글쓴이는 “자기도 남들이 만들어 놓은 문서 양식과 자동화 기능을 쓰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500개 가까운 댓글이 달렸다. “결과물은 회사 소유라도 과정의 노하우는 개인의 것”이라는 옹호와 “그럼 나도 후배에게 업무 노하우 가르치지 말아야 하나”라는 반박이 맞섰다.
비슷한 요청을 종종 받는 입장에서, 신입의 고집은 옳지 않다고 본다. 사람마다 기술 우위는 결국 좁혀지리라 보기 때문이다. 한때는 ‘프롬프트를 잘 쓰는 것’이 AI 활용 능력의 척도였지만, 이제는 꽤나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 새 기술이 나왔을 때 발 빠른 사람이 잠시 앞서갈 수 있다. 하지만 사용이 보편화될수록 ‘나만의 노하우’라고 우길 여지는 줄어든다. 그때 가서 과거의 인색함이 동료들 기억에 좋게 남을 리 없다. 공유하다 보면 자신도 더 사용법을 익히게 되고, 타인의 질문에서 아이디어를 길어 올리기도 한다.
다만 ‘팀장’ 쪽에도 짚어둘 대목이 있다. AI는 같은 프롬프트를 써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계산기는 결정론적이다. 같은 식에 같은 숫자를 넣으면 누가 눌러도 결과가 동일하다. AI는 다르다. 무엇을, 어떤 순서로, 어떤 맥락에서 묻느냐에 따라 답이 갈린다. 확률적으로 그럴듯한 말을 이어 붙이는 원리 탓에 가짜를 진짜처럼 내놓는 ‘환각’ 증상도 남아 있다. 사용법을 배운다고 단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어제의 방법이 오늘은 통하지 않는 일도 흔하다.
‘딸깍’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마우스를 가볍게 누르기만 하면 AI가 결과물을 뚝딱 내놓는다는 어감이다. 그 말에는 ‘쉽게 한다’ ‘대충 한다’는 그늘이 따라붙는다. 이런 인식은 AI 사용자를 위축시키고 예비 입문자를 망설이게 한다. ‘딸깍’은 환상이다. 그럴 듯한 저품질 결과물로 만족하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결과물의 품질을 가르는 것은 결국 사용자의 손때 묻은 노하우와 ‘암묵지’다. 이미 많은 직장인이 각자의 분야에서 갖추고 있을 소양이다. 남은 건 직접 써보는 일 뿐이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 설명서부터 펼치는 사람은 없지 않나.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