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명희 후보와 국민의힘 오태원 후보가 4년 만의 ‘리턴매치’로 맞붙는 부산 북구청장 선거가 여야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승부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맞물리며 여야 모두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민주당은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도시’, 국민의힘은 ‘행정 안정론’을 앞세워 정면 승부를 벌이는 양상이다.
■장기적 도시 전략 절실
북구는 화명·덕천권 신도시와 구포 일대 구도심이 공존하는 구조 속에서 지역 내 격차와 도시 정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주민들은 대형 개발 구호보다 장기적인 도시 전략과 생활밀착형 행정을 요구하고 있다. 화명동에 거주하는 40대 김 모 씨는 “한때 낙동강변 주거지와 구포역을 중심으로 한 서부산권 교통 거점이었지만 청년층 유출과 노후 주거지 증가, 부족한 미래 산업 기반 등이 맞물리며 예전 같은 활력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며 “북구만의 색깔을 살려 젊은층과 가족 단위 인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장기적인 도시 전략을 이끌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덕천동의 30대 이 모 씨는 “북구가 교통이나 생활 인프라는 괜찮은 편이지만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는 공공 돌봄이나 문화시설, 안전한 보행 환경 같은 부분이 아직 부족하다”며 “대형 개발사업만 내세우기보다 주민들이 실제 체감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을 구석구석 챙겨주는 행정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명희 “AI 공약으로 ‘원팀’”
민주당 정명희 후보는 북갑 보선에 출마한 같은 당 하정우 후보와 보조를 맞추며 AI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정 후보는 AI 기반 돌봄 인력 매칭 서비스와 24시간 비접촉 센서링 프로그램 등을 통해 1시간 내 출동하는 ‘돌봄 SOS센터’ 구축을 공약했다. 또 북구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AI 학습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어르신 N잡 센터’도 마련한다.
약사 출신인 정 후보는 보건·복지 분야 공약에도 힘을 실었다. 소아 야간·휴일 상시 진료체계 구축과 함께 임산부·영유아 병원 이동을 연 10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아이맘택시’도 도입하고, 자영업자를 위한 1%대 소액 긴급 경영안정 대출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정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의 집권 여당, 전재수·하정우 후보와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구청장 후보”라며 “다른 후보와 공약 실현의 속도, 규모가 근본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오태원 “신청사 해결한 전문가”
국민의힘 오태원 후보 역시 북갑 보궐에 나선 같은 당 박민식 후보와 ‘눈빛만 봐도 잘 아는 사이’라며 단일대오를 강조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를 자처하는 오 후보는 지역 전반의 토목·건축·공사 사업을 꼼꼼하게 검토해 지난 4년간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예산을 크게 절감했다고 자신했다. 또 북구의 수십년 숙원 사업이었던 북구청 신청사 건립도 정상궤도에 올려놨다고 했다. 그는 신청사에 행정, 복지, 경제 역량을 모아 북구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또 낙동 선셋 화명에코파크에 수상극장을 조성해 서부산 문화와 관광의 명소로 자리매김시키겠다고 밝혔다. 도심형 복합문화체육센터, 반려동물 어질리티 테마파크 등도 조성해 구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했다. 오 후보는 “보여주기식 행정이 아니라 북구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는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데 주력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보선과 시너지 극대화가 관건
북갑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여야 지도부가 잇달아 북구를 찾으면서 지역 선거 분위기도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북갑에서는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후보가 3선을 기록하며 탄탄한 지지 기반을 구축했지만, 북구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구도심을 중심으로 보수 성향이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후보의 3선 역시 지역 정치 지형보다는 개인 경쟁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지난 21대 대선에서 북구의 이재명 대통령 득표율은 41.4%로, 같은 낙동강 벨트인 강서구나 사하구보다 낮았다. 선거 막판 보수층 결집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여기에 북갑 보선에 출마한 무소속 한동훈 후보의 지지율 역시 여야 구청장 후보들이 막판까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변수로 꼽힌다.
선거전이 과열될 경우 오 후보의 ‘사법 리스크’가 부각될 수도 있다. 정 후보는 자신을 “법과 원칙을 지키는 후보”라고 강조하며 도덕성에서 비교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결국 북구청장 선거는 북갑 보궐선거와 얼마나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야 모두 국회의원 보수 후보와의 연계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