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이 총파업 예고 시점을 이틀 앞둔 19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열린 2차 사후조정 2일차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을 앞두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임금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성과급 재원의 배분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조가 ‘부문 70%, 사업부 30%’를 고지하면서 사내에서 “성과주의 원칙을 뒤집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흑자를 낸 사업부보다 적자 사업부에 유리한 구조인 점이 알려지며 반발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중노위 협상에서 성과급 재원 배분 비율을 두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되 이를 ‘부문 70%, 사업부 30%’ 비율로 나누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전체 재원의 70%를 사업부 구분 없이 공통으로 배분하고, 나머지 30%만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자는 의미다. 반대로 ‘부문 30%, 사업부 70%’ 구조가 적용될 경우 메모리처럼 실적을 낸 사업부에 보상이 집중되는 구조가 된다. 이는 DS부문 성과급 재원의 70%를 모든 사업부에 똑같이 나눠주고, 나머지 30%만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는 의미다.
특히 노조 지도부의 요구안이 알려지자 블라인드 등 사내 커뮤니티에서는 “성과급 취지를 훼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한 반도체연구소 직원은 “메모리가 돈을 벌었으면 메모리가 더 많이 받는 게 당연하다”며 “만년 적자 사업부가 부문 공통 재원으로 메모리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아가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직원도 “공통조직 상당수가 메모리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데 적자 사업부와 비슷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는 구조는 불합리하다”며 “최소한 부문 30%, 사업부 70% 수준은 돼야 성과주의 원칙이 유지된다”고 주장했다.
노조 요구안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크게 확산하며 회사 측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회사 측은 부문 공통 재원 비중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적자 사업부 직원들도 흑자 사업부와 유사한 수준의 성과급을 받게 돼 성과주의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올해도 적자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런 사업부에 과도한 성과급이 지급될 경우 ‘프리라이더(무임승차)’ 구조와 모럴 해저드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철학은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지속해 온 성과급 기조다.
재계 관계자는 “성과급은 성과와 보상을 연결해 동기를 부여하는 제도”라며 “적자를 낸 사업부와 흑자 사업부 간 격차를 과도하게 희석하면 제도의 본질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조 지도부는 성과급 재원을 부문 70%, 사업부 30%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노조가 정작 성과를 낸 직원들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직원은 “흑자를 낸 메모리에 대한 보장을 우선 확보한 뒤 나머지 분배 방안을 논의했어야 함에도 노조 지도부가 전략 없이 비율 숫자만 가지고 고집을 부리다가 결국 가처분까지 얻어맞는 상황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현실적인 절충안으로 ‘부문 40%, 사업부 60%’ 또는 ‘부문 30%, 사업부 70%’ 수준이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직원은 “적자 사업부는 내년에 실적을 개선해 보상받으면 되는 것”이라며 “흑자 사업부와 사실상 비슷한 수준으로 가져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 지도부를 향한 불만은 다른 이슈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최승호 노조위원장이 젼날 협상 직후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노조 분리를 고민해보자”, “DX 솔직히 못해먹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DX부문 직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 직원은 “초기업노조를 표방하면서 정작 DX부문은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며 “조합비는 함께 걷으면서 특정 부문만 챙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노조라면 가처분이 인용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노동계 안팎에서도 “5만 명 규모 DX부문 직원들을 사실상 배제한 채 DS 내 적자 사업부 중심으로 협상이 흘러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부문 간 벽을 허물겠다던 초기업노조가 오히려 내부 갈등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DX부문 직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DS부문 내에서도 적자 사업부 챙기기에만 몰두하는 행태는 노조의 정체성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