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하정우, 국민의힘 박민식, 무소속 한동훈 후보.부산일보DB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핵심 변수인 보수 단일화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더불어민주당 하정우, 국민의힘 박민식, 무소속 한동훈 3자 구도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각 후보의 득실 계산도 복잡해지고 있다. 선거 결과가 향후 보수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6·3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3자 대결이 현실화할 경우 민주당 하정우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갑은 부산시장에 출마한 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3선을 한 곳인 데다, 이재명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등 여당 바람을 등에 업고 있어 고정 지지층이 탄탄하다. 보수 표가 두 후보로 분산될수록 하 후보가 유리해지는 구조다. 단일화나 전략적 표 쏠림이 현실화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지만, 3자 구도가 유지되는 한 하 후보가 가장 유리한 위치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하 후보가 선두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 후보가 빠르게 추격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조선일보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메트릭스가 지난 16∼17일 북갑 지역구 만 18세 이상 주민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하 후보 39%, 한 후보 33%, 박 후보 20%를 기록했다. 1·2위인 하정우·한동훈 후보의 격차는 6%포인트(P)로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친한계(친한동훈계)에서는 이 흐름을 근거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당선된 ‘동탄 모델’ 가능성을 점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보수 지지층의 전략적 표 쏠림이 자연스러운 단일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면서도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보수 정치 지형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후보별 향후 전망에도 관심이 쏠린다. 먼저 한 후보에게 이번 선거는 정치적 무게가 남다른 무대다. 3자 구도에서 당선될 경우 원내 입성과 함께 보수 재건의 상징으로 유력 대권주자 반열에 직행할 수 있다. 한 후보가 여러 차례 복당 의사를 밝힌 만큼 국민의힘 복당 협상력도 확보하게 된다. 복당 후에는 친한계 의원들과 함께 당내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한 후보의 제명을 주도한 국민의힘 장동혁 지도부로서는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패배할 경우 영향력 약화는 피하기 어렵다. 한 후보는 퇴로를 불사르고 왔다며 부산에서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했고, 낙선을 대비해 2028년 총선 재도전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낙선할 경우 당내 친한계 의원들의 입지 약화로 이어지는 등 정치적 동력이 꺾이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박민식 후보에게도 낙선은 큰 타격이다. 전재수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이미 두 차례 패배한 전력이 있는 박 후보는 이번에도 낙선할 경우 북갑에서 3연속 낙선이라는 평가를 받게 된다. 낙선 이후 시나리오로는 공석인 북갑 당협위원장직을 맡아 2028년 재도전에 나서는 방안, 장동혁 지도부가 유지될 경우 임명직 당직을 맡는 방안, 다른 지역 출마 등이 거론된다. 다만 이번이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아 향후 행보를 예측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다.
당락도 중요하지만 순위 싸움도 중요해진다. 하 후보가 1위를 차지할 경우 보수 후보들의 2·3위 격차가 책임론의 기준이 될 수 있다. 한 후보가 하 후보에게 아깝게 패배할 경우 박 후보와 장동혁 지도부는 보수 분열 패배의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반대로 박 후보가 2위를 차지할 경우 국민의힘 후보로서 ‘보수 적자’ 프레임을 내세울 근거가 생기고, 장동혁 지도부의 입지도 덩달아 강해질 수 있다. 한 후보 입장에서는 3위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하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박 후보와의 격차도 벌려놓아야 한다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보수 진영으로서는 단일화 후 승리하는 그림이 최선이지만, 가능성이 크지 않은 만큼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지지율 추이로 볼 때 한 후보 입장에서는 단일화 없이 3자 대결에서 승리해 보수 재건의 상징성을 극대화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을 것”이라며 “아직 선거까지 시한이 남은 만큼 여론조사 추이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이고 응답률은 16.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