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간 전력망 첫 민간개방·RPS 폐지…"에너지 대전환 시동"

입력 : 2026-05-21 19: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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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자본’ 투입해 송전망 조기 건설… “민영화는 아냐”
RPS는 올해 말까지… 정부 주도 ‘장기고정가격제’로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 기후부 제공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2차관. 기후부 제공

인공지능(AI) 확산 등으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에 최초로 민간 자본이 투입된다. 또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의 근간이었던 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와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제도가 올해 말로 전격 폐지되고 내년 1월부터 정부 주도의 ‘장기고정가격’ 계약 제도로 전면 개편된다. 내년에 폐지되는 하동 1~3호기, 삼천포 3~4호기등 감축 기로에 선 석탄발전 폐지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됐다.

21일 국회 및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기후노동위)는 지난 19일 국가 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신재생에너지법 개정안,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 및 폐지지역 지원 특별법 등을 일괄 대안 가결했다.

이호현 기후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입법의 의미에 대해 "신설 기후부 출범 후 이 같은 초대형 법안들을 여야 합의로 도출해 낸 것은 엄청난 성과"라며 "전력 정책 전반에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예고됐다"고 평가했다.

우선, 송전망 적기 건설을 위한 전력망 3법이 기후노동위를 통과했다.

한국전력(한전)이 독점한 국가 전력망 건설에 사상 최초로 민간자본(BT 방식)을 도입한 게 핵심이다. AI 산업 폭발과 반도체 클러스터 수요 등으로 송배전망 확충이 시급하지만, 한전의 재정·인력 한계로 인프라 건설이 7~8년씩 지연되는 전력 동맥경화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국내 최장기 송전망 지연 사업으로 지난해 4월 준공식이 열린 충남 북당진∼신탕정(아산) 345kV(킬로볼트) 송전선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국내 최장기 송전망 지연 사업으로 지난해 4월 준공식이 열린 충남 북당진∼신탕정(아산) 345kV(킬로볼트) 송전선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이 차관은 "공기업인 한전이 노력 중이지만 입지선정과 건설 운영 등을 혼자 다하기엔 역부족이다. 지금은 AI 산업을 위해 최대한 전력망을 깔아야 하는 골든타임"이라며 "민간 역량을 빌리되 준공 후 소유·운영권은 한전이 가지므로 민영화 우려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과도한 수익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막기 위해 경쟁입찰으로 상한가 정산 방식을 도입하고 지연 시 패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 제도는 우선 3년간 한시적으로 시행한 뒤 재시행 여부를 검토한다.

해상풍력 발전사들의 개별 선로 구축에 따른 중복 투자 비효율을 방지하고자 공동접속설비를 구축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전원개발사업자 지위를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차관은 “해상풍력 사업자들이 각자 라인을 깔면 국가 전체적으로 엄청난 투자 비효율을 내고, 이는 전기요금으로 전가된다”면서 이번을 계기로 공동 접속 설비를 구축해 국가 낭비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직격탄을 맞게 된 석탄발전 노동자와 폐지 지역을 위한 특별법도 통과됐다. 올해 태안 2호기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하동 1~3호기, 보령 5~6호기, 삼천포 3~4호기등 총 7기의 석탄발전소가 폐지되면서 고용 불안과 지역 경제 위축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조치다.

이 차관은 “전력 수급 상황, 전력망 여건, 지역 경제, 노동자, 대체 산업 가능성 등을 종합 고려해 폐지 연한과 보상 절차 등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015년부터 운영하던 RPS는 올해 말까지만 운영된다. RPS는 초기 재생에너지 보급에 기여한 바가 있지만, 발전사업자들의 직접적인 재생에너지 사업 투자를 방해한다는 지적이 지속됐다. REC의 가격 변동성이 높은데다 발전사업자들 입장에서는 재생에너지에 직접 뛰어드는 것보다 REC 구매가 손쉬웠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 1월 1부터는 정부가 용량 단위로 시장을 열어 ‘장기고정가격’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일원화된다. 이 차관은 “이제 초기 보급 역할을 다한 만큼, 보다 시장 쪽으로 목표 지향적으로 바꾸자는 것”이라며 “정부가 주도하는 고정가격 입찰 제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기존 REC 보유자를 위해서는 2029년까지 3년의 유예기간을 두며, 소규모 사업자를 위해 별도의 입찰 ‘리그’도 개설된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