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간 소득격차 더 커졌다…소득하위 20% 월 44만원 적자·상위 20% 344만원 여윳돈

입력 : 2026-05-31 11:49:03 수정 : 2026-05-31 15: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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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 20% 월 44만원 적자…집계 이래 최대
상·하위 흑자액 격차, 2022년 이후 가장 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1분기(1~3월) 저소득층의 가계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는 월평균 44만 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적자 규모를 기록한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는 월평균 344만 원이 넘는 여윳돈을 남기면서 계층 간 격차가 더 커졌다.

31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이하인 1분위 가구의 올해 1분기 실질 흑자액은 마이너스 43만 8000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기준으로 2019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적자 규모이자, 모든 분기를 통틀어서도 최대 수준이다.

흑자액은 처분가능소득(소득에서 세금·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금액)에서 소비지출을 뺀 값으로, 가계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윳돈을 의미한다. '마이너스'일 경우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아 벌어들인 소득만으로 지출을 충당하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저소득층은 벌어들인 소득만으로 지출을 충당하지 못하는 적자 상태가 2019년 통계 집계 이래 반복돼왔는데, 이 적자 규모가 가장 커진 것이다.

소득 1분위는 자산을 보유한 은퇴 고령가구나 일시적 소득 감소 가구도 포함되지만, 전반적으로 저소득층의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활용된다.

반면 1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실질 흑자액은 344만 5000원으로, 1분 기준 2022년 이후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1분위와 5분위 간 흑자액 격차는 388만 4000원으로 벌어지며 역시 202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격차는 엇갈린 소득·소비 흐름에서 비롯됐다.

올해 1분기 1분위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79만 200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0.1% 감소했다. 전체 소득 증가세가 0.6%에 그쳤는데, 전체 소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이전소득이 2.6% 감소한 데 따른 영향이다. 여기에 사회보험(22.7%)과 이자비용(12.3%) 등 비소비지출(3.6%)이 늘면서 실제 가계에 남는 여력이 감소했다. 반면 1분위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123만 1000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식료품(3.3%)·보건(6.5%) 등 필수 지출이 증가한 가운데 교통·운송(33.8%), 오락·문화(23.4%) 등 선택적 소비도 늘었다.

5분위 가구는 1분기에 지출을 늘렸음에도 처분가능소득이 더 크게 뛰면서 여윳돈을 불렸다. 올해 1분기 5분위 가구의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작년 동기보다 3.0% 늘어난 814만 6000원으로 같은 분기 기준 역대 최대였다. 근로소득(0.4%) 증가세가 미미하고 사업소득(-3.0%)은 줄었지만, 세뱃돈 등 사적이전소득을 중심으로 이전소득(22.6%)이 크게 늘면서 소득 증가를 이끌었다. 5분위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470만 원으로 4.8% 늘었다. 교통·운송(10.1%), 보건(10.7%), 교육(4.8%), 음식·숙박(2.3%) 등 주요 항목에서 소비가 늘었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양극화는 향후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최근 물가 상승과 자산시장 회복 흐름이 지속될 경우 계층 간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중동 사태 여파로 고물가 현상이 본격화하면서 1분위 가구 부담이 더 커지는 데다, 반도체 수출 호황으로 인한 일부 대기업에 집중된 성과급 지급 등으로 고소득층 소득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전쟁 영향이 물가 등에 본격화하면서 저소득층의 소비 여력이 위축되는 반면, 고소득층은 성과급 등으로 소득 여건이 개선되면서 향후 계층 간 살림살이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