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덕도신공항이 아닌 '부산국제공항'으로

입력 : 2026-05-31 18: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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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석 넥서스젯(주) 대표이사

24년간 조종석에 앉아 세계 수십 개 도시의 공항을 드나들었다. 도쿄, 상하이, 싱가포르, 런던, 빈, 뉴욕… 그 어느 공항도 자신이 위치한 섬 이름이나 행정 지명을 내걸고 국제 항공로에 등장하는 곳은 없었다. 관제사가 교신할 때, 항공사가 스케줄을 편성할 때, 여행객이 항공권을 검색할 때, 공항은 언제나 도시의 이름으로 불린다.

2035년 개항을 목표로 부산 가덕도에 새 공항이 건설되고 있다. 800만 부산·울산·경남 시민이 수십 년간 염원해 온 동남권 관문공항이 마침내 현실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근본적인 질문이 아직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이 공항의 이름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현재 통용되는 ‘가덕도신공항’은 건설사업의 행정적 명칭일 뿐, 개항 후 세계를 향해 내걸 간판이 아니다. 그 이름은 마땅히 부산국제공항(Busan International Airport)이어야 한다. 항공 현장을 누빈 전문가로서, 부산의 도시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항공 기업인으로서 강력히 주장한다.

공항 이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1992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된 명칭 공모에서 1위는 ‘세종공항’(101표), 2위는 ‘서울공항’(70표)이었으며, ‘인천공항’은 고작 8위(30표)에 머물렀다. 더 놀라운 것은 1995년 1월, 수도권신공항건설공단이 신공항의 이름을 ‘영종국제공항’으로 공식 결정해 버린 사실이다. 실제로 공항이 위치한 섬 영종도를 따른 것이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인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같은 해 4월, 인천YMCA 등 시민단체들은 ‘인천국제공항 명칭제정추진위원회’를 창립했다. 이어진 서명운동에는 당시 인천 인구 235만 명 중 60만 명, 즉 시민 4명 중 1명가량이 동참했다. 결국 1996년 3월 21일, 건설교통부는 공단의 결정을 뒤집고 이름을 ‘인천국제공항’으로 최종 확정했다. 오늘날 전 세계 항공권에 ‘ICN’-인천(Incheon)의 알파벳이 새겨진 것은 그 4년의 시민 분투 덕분이다.

이 교훈을 부산이 되새겨야 한다. 지금부터 ‘가덕도(Gadeokdo)’가 아닌 ‘부산(Busan)’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

항공 현장에서 공항은 도시의 이름으로 통한다. 관제 교신, 비행계획서, 항공권 예약 시스템에서 공항을 인식하는 기본 단위는 섬이나 지형이 아니라 도시다. 현재 김해국제공항의 국제 도시 코드는 ‘BUSAN’, IATA 코드는 ‘PUS’(부산의 옛 로마자 표기 ‘Pusan’에서 유래)이다. 세계의 항공 시스템은 이미 이 공항을 ‘부산’의 공항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현판에는 ‘김해국제공항’이 찍혀 있고, 곧 들어설 신공항에는 자칫 ‘가덕도신공항’이 달릴 수 있다는 건 역설적이다.

전 세계 749개 공항 중 741개가 행정구역명을 공항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다. 행정구역 개편 이전의 지명을 그대로 쓰는 공항은 전 세계에서 김해공항과 김포공항 두 곳뿐이다. ‘부산’ 브랜드 가치를 활용해 얻는 이득이 명칭 변경 비용보다 훨씬 크며, 부산항 브랜드 가치(1조 2500억 원)에 빗대면 지난 24년간 약 3조 원 이상의 브랜드 가치를 놓쳤다고 추정된다.

홍콩국제공항, 오스트리아 빈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 세계 주요 국제공항을 살펴보면 이 원칙은 더욱 명확해진다.

공항을 찾는 세계 여행객들은 ‘가덕도’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이 아는 것은 ‘부산’이다. 세계 2위 환적항만의 도시, 영화제의 도시, 해양 문화 수도의 이름. 이 강력한 브랜드를 공항 이름에 새기지 않는 것은, 스스로 세계 무대에서 자신의 얼굴을 지우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는 ‘가덕도’가 아닌 ‘부산’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 공항이 개항하는 2035년보다 지금부터 10년간의 건설 과정이 더 중요한 홍보 기간이다. 세계 언론이 이 공항을 처음 보도하는 그 순간부터 ‘부산국제공항’이라는 이름이 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