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최대 전력·에너지 전시회 'IEEE PES T&D 2026'에 참가한 LS일렉트릭. 연합뉴스
LS가 핵심 자회사의 수주 실적을 약 100배 과대 계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금융감독원이 공시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회사 측은 단순 기재 오류라는 입장이지만, 그룹 차원의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공시 정정 이후 주가가 급락했다가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공시심사국은 최근 LS에 공시 오류와 관련한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금감원은 회사 측 소명 내용을 검토한 뒤 이번 사안이 자본시장법상 공시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LS 관계자는 “금감원에 경위서를 제출했으며 관련 내용을 성실히 소명했다”고 밝혔다.
논란은 LS가 지난 27일 장중 1분기 보고서를 정정 공시하면서 시작됐다. 정정 내용의 핵심은 핵심 자회사인 LS일렉트릭의 기타 사업 부문 수주 실적이다. 수주 총액이 기존 2조 3782억 원에서 238억 원으로, 기납품액은 8337억 원에서 83억 원으로 수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수주 잔고 역시 1조 5445억 원에서 154억 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LS는 자회사의 수주 실적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단순 기재 오류라고 설명했다. LS일렉트릭은 대부분의 수치를 억 원 단위로 작성하는 반면 LS일렉트릭의 종속회사로 기타 사업 부문에 속 LS티라유텍은 백만 원 단위를 사용했는데, 지주사인 LS가 이를 억 원 단위로 잘못 인식해 반영하면서 수주 총액 등이 실제보다 약 100배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재발 방지를 위해 자회사를 포함한 공시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는 단순 실수 여부와 별개로 그룹 차원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주 잔고가 조 단위로 왜곡됐음에도 공시 전 검증 과정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관리 체계의 허점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다.
시장 충격도 적지 않았다. 정정 공시 이후 3거래일 동안 LS와 LS일렉트릭 주가는 각각 19%, 15% 하락했다. 양사의 시가총액 감소 규모는 약 3조 5000억 원에 달한다.
특히 인공지능(AI) 확산과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전력기기 업종의 슈퍼사이클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수주 잔고는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꼽힌다. 투자자들은 미래 실적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가 하루아침에 대폭 수정되자 공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이날 주가는 반등에 성공했다. LS와 LS일렉트릭은 전 거래일 대비 각각 4.5%, 10.6% 상승 마감했다. 증권가에서 최근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분석이 제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1일 보고서에서 “이번 이슈는 실질적인 펀더멘털 변화와 무관한 공시 실수인 만큼 최근 주가 하락은 과도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향후 관건은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공시 위반이 인정될 경우 금융당국은 위반 동기(고의·중과실·과실)와 위반 결과의 중대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중과실이 인정되고 투자자 피해와 시장 혼란이 중대한 수준으로 판단될 경우 과징금 부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