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압박 정청래, 광주 찾아 ‘정면 돌파’… 당내 갈등은 격화

입력 : 2026-06-12 14:5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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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12일 광주서 ‘현장 최고위원회의’
정청래 지도부 지방선거 후 첫 지역 일정
선거 책임론 등 공세 타개 목적이란 해석
‘1인 1표제’·‘검찰 보완수사권’ 등도 논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6·3 지방선거 이후 책임론이 거세지자 광주·전남을 찾아 정면 돌파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선거 이후 첫 지방 일정으로 텃밭인 광주·전남을 택한 건 당대표 연임 대신 사퇴가 필요하다는 공세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12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방선거 결과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히 받들고, 더 낮은 자세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겠다”며 “부족한 것은 채우고 가다듬을 것은 더 가다듬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이 광역단체장 16곳 중 12곳을 이긴 직후 “아쉽지만 승리가 맞다”고 평가했지만, ‘반쪽짜리 승리’라는 비판이 지속되자 결과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다는 입장을 다시금 강조했다.

호남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재명 정부 성공과 당의 결속도 거듭 강조했다. 정 대표는 “호남이 민주주의를 낳고 길러주셨듯 호남이 민주당을 낳고 길러주셨다”며 “5·18 민주화운동 희생정신이 헛되지 않도록 더욱 경건하고 진지하게 성찰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정·청(당·정부·청와대)이 원 팀, 원 보이스로 똘똘 뭉쳐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최근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말한 게 이재명 정부를 겨냥한 것이란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정 대표가 민주당 텃밭인 호남을 찾은 건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도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 상징적 지역인 호남엔 권리당원의 약 30%가 밀집했고, 당내 여론 지형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정 대표는 당원들 표심 잡기에 나서면서 공천 갈등 등으로 돌아선 민심을 수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 등은 이날 현장 최고위원회의 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 대표 거취를 둘러싼 계파 갈등은 다시 불거졌다. 비당권파인 황명선 최고위원은 자신의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 의지를 재차 밝히며 “우리 지도부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언급해 사실상 정 대표 사퇴와 연임 포기를 압박했다.

정 대표와 당권을 두고 경쟁하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측근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정 대표 발언을 비틀어 공세에 나섰다. 그는 “국민과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며 “우리는 이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가와 판단, 심판은 국민의 몫이라는 진리 또한 늘 가슴에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청(친정청래)계가 중심인 당권파는 즉각 반발했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선거 결과를 이유로 당을 흔들고 당원들 선택보다 앞서 당의 방향을 정하려는 듯한 말과 행동은 결코 민주당스럽지 않다”며 정 대표를 엄호했다. 그는 강 최고위원 발언 도중 깊게 한숨을 쉬는 모습도 보였다.

문 최고위원은 김 총리에게도 날을 세웠다. 그는 “대통령 순방 중 국가를 대비하는 책임자가 연이틀이나 당선자 워크숍에서 축사하고 사진 찍는 게 급박한 업무는 아닐 것”이라며 “각자의 정치적 계산보다 국정 안정과 당의 단합이 먼저”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남·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2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전남·광주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온라인과 방송 등에서 장외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비당권파인 염태영 의원은 SNS를 통해 정 대표와 주요 당직자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친청계로 분류되는 최민희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정 대표 연임 불가론’에 대해 “모두에게 개인이 판을 보고 선택할 권리가 있기 때문에 강요하는 건 안 맞다”고 했다.

정 대표 핵심 공약인 ‘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둘러싼 계파 갈등도 커지고 있다. 친명(친 이재명)계인 전현희, 김남희 의원이 1인 1표제 보완 필요성을 주장하자 정 대표는 SNS에 두 의원 이름이 명시된 기사 제목을 인용해 “1인 1표제는 민주주의 그 자체”라며 “민주주의는 지켜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 의원은 반박에 나섰다. 김 의원은 “당 대표라면 당 의원들 이름을 공개적으로 저격하기 전에 적어도 소통하셔야 하지 않나”라고 공개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다. 전 의원도 “당 대표의 공개적 좌표 찍기 대상이 돼 밤새 쏟아지는 욕설과 문자 폭탄을 받았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1인 1표제 훼손죄’를 만들어 자당 소속 의원들을 실명으로 공개 저격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친청계 이성윤 최고위원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방선거 후에 당원 1인 1표제를 흔드는 세력이 있다”며 “당원들이 이뤄낸 당원 1인 1표제를 흔들고 부정하는 일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정 대표에 힘을 실었다. 문 최고위원도 “1인 1표제는 어느 한 사람을 위한 제도가 아니고, 특정 세력을 위한 장치도 아니다”라며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는 너무 당연한 원칙을 제도 위에 바로 세운 것”이라고 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도 전당대회 전 쟁점으로 부각되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이날 SNS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고 짧게 적은 글을 게시했다. 연임 도전을 위해 강성 당원들 결집을 위한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방향과는 거리가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검찰에 대한 견제도 중요하지만, 권한 배제 때문에 국민이 피해를 봐야겠느냐”며 “국회로 넘겨 논의를 해보고 정부 입장을 어느 쪽으로 고집하진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회도 지난 9일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검사 보완수사권을 제한적으로 남겨야 한다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