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15일 오후 부산시청 기자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이 이번 지선에서 받아든 성적표는 당선이라는 결과를 빼고 보면 결코 호성적이라 할 수 없다. 부산시의회 48석 가운데 국민의힘이 37석을 차지해 여소야대 국면이 됐기 때문이다. 기초지자체장 자리도 국힘이 15곳 중 9곳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국회의원도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당선으로 그나마 부산에 하나 있던 민주당의 의석이 사라졌다. 전 당선인은 시정 출범과 동시에 지역 다수당인 국힘과 협치가 불가피한 입장이 됐다. 이런 가운데 국힘 쪽에서 먼저 북항 야구장을 지렛대로 협치안을 제안하고 나섰다. 관련 공약을 내건 바 있던 전 당선인이 어떤 협치를 보여줄지가 벌써 눈길을 끈다.
국힘 곽규택 국회의원은 15일 전 당선인 측에 북항 돔구장과 부산 아레나를 함께 추진할 수 있도록 부산시와 부산항만공사, 국회의원실이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북항 돔구장은 전 당선인이 선거에서 내건 공약에 포함된 사안이고 부산 아레나는 곽 의원이 K팝 공연 등이 가능하도록 조성하려는 문화산업 플랫폼이다. 곽 의원이 두 시설의 공공개발을 함께 논의하자고 한 이유는 두 시설이 항만재개발법과 항만공사법 개정안 내용의 연장선에 똑같이 놓여 있어서다. 법 개정안들은 항만재개발구역 상부시설의 개발이나 분양, 임대 등을 공공이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므로 두 시설 모두가 적용 대상이다.
곽 의원의 이 같은 협의체 구성 제안은 전 당선인과 곽 의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 당선인 입장에서는 곽 의원이 이미 연초에 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이므로 상부시설 개발 관련 법률적 검토를 생략하고 입법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국힘이 우위를 점한 시의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국힘 쪽의 지원사격을 받을 수도 있다. 곽 의원도 해수부 장관까지 역임한 전 당선인의 영향력을 등에 업을 수 있는 데다 지역구 사업이 아닌 부산시의 제안으로 부산 아레나 사업을 키울 수 있다는 명분이 있다. 해당 무대가 부산의 미래라 불리는 북항이라는 점은 더욱 매력적이다.
전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민생을 강조하며 ‘민생 100일 비상조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포부도 현실적으로 여소야대가 된 지역 정치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밖에 없다. 전 당선인 스스로도 적극적인 소통으로 이해를 구하겠다며 협치를 거듭 강조하고 있는 이유일 터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힘이 먼저 제안한 협의 방안의 처리 문제는 전 당선인의 협치 정치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협치는 상대가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진행해야 한다. 먼저 말을 걸어온 상대와의 협치는 더욱 그럴 것이다. 전 당선인의 지혜로운 협치가 시정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