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이성호 평론집, 고전에서 찾은 시대 정신

입력 : 2026-06-25 13:4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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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풂과 비움의 미학 / 이성호

이성호 <베풂과 비움의 미학> 책 표지. 출판사 제공 이성호 <베풂과 비움의 미학> 책 표지. 출판사 제공

40여 년간 교직에 몸담은 이성호 문학평론가가 그간 각종 지면에 발표했던 시평들을 모아 한 권의 평론집으로 펴냈다. 이번 평론집은 저자가 평생을 천착해 온 시조에 대한 깊은 소신과 철학을 담고 있다. 그는 단순히 문학적 비평에 머물지 않고, 고전 시조 속에 녹아 있는 우리 고유의 정신을 길어 올려 분열된 현대 사회를 향한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저자는 고전을 단순히 과거의 유산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고전이 시대 정신을 담고 있으며, 시대를 구원할 사상을 품은 그릇이라고 강조한다. 오늘날의 혼란과 갈등을 해결할 열쇠를 과거의 지혜에서 찾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가령 저자는 역지사지의 가치를 역설한다. 자신의 주장이나 사상이 옳다고 확신하는 순간에도, 타인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는 성찰을 주문한다. 이는 갈등으로 분열된 현대 사회를 향한 따끔한 질책이자, 평화로운 공존을 위한 제언이기도 하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저자의 일관된 태도는 우리 것에 대한 애정이다. 외세의 사조에 휘둘리기보다 고전 속에 면면히 흐르는 한국적인 가치를 계승하고 발달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시각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내는 최근 K-콘텐츠의 흥행 흐름과도 묘하게 맞닿아 있다.

이 평론집은 저자가 평생 써 내려간 글들을 갈무리한 까닭에 내용이 다소 파편적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구성은 독자에게 장점이 된다. 평론집의 방대한 분량을 순서대로 읽지 않더라도, 독자가 필요한 부분이나 관심 있는 시평을 골라 읽는 사유의 발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성호 지음/작가마을/444쪽/2만 원.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