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언론 ‘토끼풀’을 지켜야 하는 이유

입력 : 2026-06-25 15:08:51 수정 : 2026-06-25 18: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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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나 하나고요? 세상이 이 모양인데?/토끼풀
자율 동아리로 시작한 청소년 신문
다른 학교 친구 통해 여러 학교 퍼져
청소년 문제, 정치, 사회 전반 다뤄
청소년 언론 인정 요구 헌법 소원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1면 모습. 당시 언론 탄압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토끼풀 제공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1면 모습. 당시 언론 탄압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했다. 토끼풀 제공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1면 모습. 토끼풀 제공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1면 모습. 토끼풀 제공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1면 모습. 토끼풀 제공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1면 모습. 토끼풀 제공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1면 모습. 토끼풀 제공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 1면 모습. 토끼풀 제공

<토끼풀>의 온라인 신문 모습. 토끼풀 제공 <토끼풀>의 온라인 신문 모습. 토끼풀 제공

<공부나 하라고요? 세상이 이 모양인데?> 책 표지. 토끼풀 제공 <공부나 하라고요? 세상이 이 모양인데?> 책 표지. 토끼풀 제공

청소년 독립 언론 <토끼풀>을 아는가. 독립 언론 혹은 독립 영화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청소년 독립 언론은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다.

<토끼풀>은 서울 지역에 기반한 청소년 독립 언론이다. 2024년 4월 서울 은평구 한 중학교에서 학생들이 자율 동아리 형태로 시작했다. 청소년이 취재하고 기사 쓰며 만드는 신문으로 지금은 여러 학교 학생이 함께 한다. 청소년 문제를 비롯해 교육 문제, 사회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이러다 보니 이들의 목소리를 불편해하는 학교 안 어른(?)이 생겼다.

신문은 폐기되거나 압수당하기도 했다. 신문을 내기 전 기사를 검열받으라고 강요당했다. <토끼풀>은 언론 탄압에 항의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16일 자 1면을 백지 발행했다. 청소년 언론의 백지 발행은 기존 신문에 소개될 정도로 화제가 되었고, 인지도를 얻으며 결국 <토끼풀>은 학교에서 쫓겨났다.

30여 명의 중·고등학생 기자는 현재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못하지만, 시민의 후원을 통해 여전히 청소년 신문을 만든다. 학교와 후원자에게 신문을 보내며 온라인 신문(www.tokipul.net)도 있다.

이 책은 2024년 창간부터 2026년 3월까지 쓴 <토끼풀>의 기사들을 정리했다. 단순 사실 보도 혹은 기성 언론과 차별점이 없는 기사는 제외했다. 창간 초기 서툴게 쓴 기사도 그대로 실었다. 책으로 묶으며 청소년 기자들은 자신의 기사에 코멘트를 달았다. 어떤 이유로 기사를 쓰게 되었고, 기사를 쓴 이후 반향과 기사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더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선 성숙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투표권도, 운전면허도 주지 않는 미성년자지만, <토끼풀>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대담하다. 서류 변화로 이젠 대입 준비스펙조차 되지 않는 이 같은 활동을 두고 어른은 “공부나 신경 쓰라”고 핀잔을 주지만, 이들은 <토끼풀>의 존재 이유를 당당히 말한다.

‘청소년은 필연적으로 약자이기에 까딱 잘못하면 대학입시가 날아가고 인생이 족쳐질 수 있는 존재이다. 이런 청소년을 대변할 단체가 없다. 교사, 학부모, 장애인 등 모두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있지만 청소년만 없다. 청소년은 기후동행카드나 K패스 등 많은 정책에서 소외되지만, 투표권이 없어 정치인에게 이런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할 힘도 없다. 청소년도 엄연한 사회 구성원이자 국민인데, 나라 돌아가는 일에 관심 갖지 말라고 한다.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는 모든 사회 구성원이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 그래야 권력이 부패하지 않는다’ (토끼풀 존재 이유 기사 중 일부)

토끼풀의 취재 영역은 한계가 없다. 2024년 12월 3일 불법 비상 계엄이 선포된 뒤 호외를 발행해 ‘비상 계엄은 일개 중학생이 봐도 개탄스럽고 한심하다. 우리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물려받고 싶다”라며 어른을 꾸짖었다. ‘윤 어게인’을 외치며 극우에 빠진 청소년을 직접 만나 왜 비상 계엄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지 토론하고 그 내용을 기사로 전한다. 로블록스 게임 청소년 극우 집회에 잠입해 상황을 보도하며 청소년들이 왜 극우에 빠지는지 분석한다.

설문 조사를 통해 청소년 대부분이 인스타그램과 숏폼,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며 이 같은 상황이 청소년 극우가 생기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해석한다. 공부에 집중하라며 기존 언론 매체가 있는 네이버 앱은 부모가 금지시키는 경우가 많다. 편향적인 정보, 가짜 뉴스가 넘치는 인스타그램, SNS에서 청소년은 바른 정보를 골라내지 못한다. 극우의 감정 호소에 쉽게 속는다. <토끼풀>은 정부가 직접 나서 청소년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외에도 독재가 판치는 학교, 수행 지옥으로 변한 교실, 청소년 자살 이유 등 청소년의 현실을 고발한 기사는 기존 언론의 어른 기자가 쓰지 못한 실제 이야기가 담겼다.

<토끼풀>의 존재 이유는 확실하며 기사의 가치도 크지만, 안타깝게 <토끼풀>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언론이다. 우리 법은 미성년자의 언론 등록을 원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제한을 없애기 위해 현재 <토끼풀>은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토끼풀> 기자들에게 헌법재판소의 좋은 결과가 전해지길 바란다. 토끼풀 글/방상호 그림/풀빛/228쪽/1만 7000원.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