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살펴보는 다양성 이야기/주수원
지난 주말 OTT에서 재밌게 본 영화 이야기다. 클로드는 프랑스 순수 혈통에 재력도 있고 교양도 갖춘 남성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네 딸 가운데 세 명이 각각 아랍인, 유태인, 중국인과 제 맘대로 결혼해버린 것이다. 사위들은 사이도 좋지 않아 첫째 ‘빈 라덴’, 둘째 ‘우디 앨런’, 셋째 ‘이소룡’이라고 서로 조롱하고 비웃는다. 클로드는 사위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 인종차별주의자로 몰린다. 마지막 희망 넷째만은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랐는데, 설상가상으로 예비 사위조차 아프리카 남자였다(그는 세 사위를 처음 보고 되레 “정원사들이냐”라고 묻는다).
<영화로 살펴보는 다양성 이야기>에서 만난 영화 ‘컬러풀 웨딩즈’를 보며 다양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인종차별에 반대하고, 이민자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현실에서 내 가족으로, 혹은 한국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이민자 결혼까지 포함한 프랑스의 국제 결혼 비율은 25%나 된다. 이민자 문제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민감하고 심각하게 다뤄지는 핵심 이슈가 되었다. 한국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들을 보면서 ‘컬러풀 웨딩즈’가 곧 닥칠 우리의 미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원제목은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이다.
이 책은 신체, 문화, 성, 인종을 주제로 한 열여섯 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영화를 통해 차별과 편견, 혐오를 극복하고 더불어 사는 미래를 만들기 위한 실천 방안을 청소년 눈높이에서 제시하고 있다. ‘문화 다양성’ 편에서는 이 영화를 비롯해 육식이 폭력적일 수 있다는 ‘옥자’, 나이 듦에 대한 문제에 관해 ‘인턴’, 도시와 지방의 문화 차이에 대해 생각해 보는 ‘리틀 포레스트’를 소개한다.
지금처럼 서울에 모든 자원과 인구가 집중되면 도시 과밀화와 환경 문제, 그리고 지방 소멸 문제를 야기한다. ‘리틀 포레스트’가 보여 주는 자연과 함께하는 삶, 계절의 리듬에 맞춘 음식 문화, 공동체적 관계는 현대 사회가 잃어버린 중요한 가치다. 도시와 지방이 서로의 장점을 취하며 공존할 때, 우리 사회는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저자는 “영화는 우리가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가장 큰 창문 중 하나이다. 그 창문을 함께 열어 들여다보자”라고 말한다. 최근 드라마 ‘참교육’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무너져 가는 공교육에 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영화나 드라마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짜 저널리즘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인종 차별적인 나라라고 한다. 청소년들이 앞으로 살아갈 사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세상이 될 것이다. 일상 속 외모 비하 댓글을 지양하는 태도부터, 도시와 지방의 상생, 성 소수자에 대한 따뜻한 지지, 인종 차별적인 나라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한 청소년들의 역할까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 ‘컬러풀 웨딩즈’의 장인과 사위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들의 가치관과 문화를 존중하며 진정한 가족이 된다. 우리는 모두 평등하고 존엄한 존재다. 주수원 지음/철수와영희/216쪽/1만 7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